사정당국압박에 기업인들 전전긍긍

재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30대그룹 총수 중 9명이 구속되거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에 대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수난을 당하기는 초유의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과잉입법으로 대기업들에게 무거운 규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야당은 투자 및 일자리창출에 긴요한 경제활성화법안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라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으로 경제회복을 지향하고 있다. 재계는 지금 자금난과 판매부진등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내우외환에 처한 처한 대기업들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편집자주)

시리즈1-배임죄 공포에 기업인들

요즘 기업인들은 배임죄 공포로 인해 잔뜩 불안해하고 있다. 언제 사정당국의 칼날이 자신의 목에 날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97년말 미증유의 외환위기 때 추진했던 사업구조조정에 대해 사정당국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점이다.

환란 당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대기업들로선 힘에 겹도록 추진했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국세청 검찰 사법부가 잇따라 단죄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감독당국자들의 구조조정 지침을 받아들여 부실자회사 통폐합 등을 통해 경영위기를 넘겼다.

이헌재 위원장은 구조조정원칙을 발표하면서 30대그룹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채비율 200%이하 축소, 대주주 책임경영, 상호지급보증 해소 및 상호출자제한 등을 요구했다. 오너가 있는 그룹에 대해선 그룹이 책임지고 부실 자회사를 살릴 것을 독려했다.

환란 후 역대정부는 당시의 분식회계 등에 대해 자진신고 기한을 주고 고해성사한 기업에 대해선 사면복권해주었다.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이 뒤늦게 일부 그룹들에 대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세무사찰을 강도높게 벌인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해치는 사례다. 검찰도 10여년이나 지난 구조조정에 대해 횡령 및 배임혐의로 총수를 기소하는 등 전례없는 사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수사가 제대로 진척이 안되면 먼지털이식으로 총수를 배임죄로 구속수사하고 있다. 기업인일수록 유전중형의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배임죄는 한국에선 검찰이 기업인을 구속시키는 전가의 보도가 되고 있다.
배임죄에 대한 규정이 애매해 검사의 성향이나 지위상승 인센티브, 사회분위기 여론 등에 따라 배임죄적용이 춤추고 있다. 이현령비현령이다. 이런 식이라면 기업인들은 매일매일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이 대표적이다. 환란 이후 부실이 누적된 자회를 지원해서 살렸더니 10여년이 지난 뒤에 검찰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로 기소한 것. 법원마저 그를 실형구속하는 강수를 뒀다. 김 회장의 경우 검찰이 비자금 혐의에서 별다른 게 나오지 않자 그룹의 10년치 자료를 마구 뒤져 웰롭 한유통 등 자회사 지원을 문제삼아 구속한 케이스다.

한화그룹의 자회사 지원은 감독당국의 요구사항이었다. 정부정책에 충실히 따라서 자회사를 살린 것에 대해 나중에 딴죽걸고,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주의다.

보복수사, 먼지털이 수사외에는 달리 설명할 게 없다. 경제민주화로 반기업인 정서가 강해졌다고 검사나 판사들마저 총수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형국이다.

효성 조석래 회장도 같은 케이스다. 환란 당시 부실이 심했던 종합상사 효성물산에 대해 그룹의 우량계열사들이 지원한 것에 대해 국세청이 지금에 와서 문제삼아 1조원대 법인세 탈루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물산의 부실을 일시에 털 경우 부도가 불가피했다. 주채권은행은 효성이 효성물산에 대해 부도낼 경우 그룹계열사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겠다고 강한 엄포를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과 조석래회장은 우량계열사들과 효성물산을 합쳐 부실을 떠안았다. 합병후 매출증대로 이익을 내서 부실을 점차적으로 해소했다.

김대중정부 노무현 정부도 환란당시의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그룹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선 용인했다. 부실회사를 지원한 것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세무사찰이나 검찰수사 등의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들어 검찰과 국세청이 효성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석래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다리 건너 사돈기업이라 전정권 기업에 대한 손보기라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배임죄관련 법을 손질해야 한다.
검찰이나 재판부의 자의적인 개입소지를 줄여야 한다. 기업인이 이사회의결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계열사 지원을 했다면 배임죄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자율경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이 배임죄 공포에서 해방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것이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선 기업인의 배임죄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절차상 하자가 없거나, 이사회 결의등을 거친 경우라면 문제삼지 않고 있다. 한국만 유독 검찰과 재판부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인정하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거리가 한국의 배임죄다. 한국의 배임죄는 악법중의 악법이다.

형벌주의로 일관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선 경제사범에 대해선 형벌주의보다는 과태료 및 벌금 비형사처벌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그래야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성장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신 벌금이나 과태료는 지금보다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총수 등 부유층에 대해서는 혐의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수천억원 등으로 벌금을 올려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세청과 공정위 검찰 등 권력기관들의 칼날 내리치기는 수출주력기업들을 집중 표적으로 삼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기업들이 수난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