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교각살우

시리즈2-수난받는 수출대기업들

박근혜 정부들이 두드러진 것은 수출 대기업들일수록 정부 및 검찰, 사법당국으로부터 거센 수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장악한 보수정권이 대기업 길들이기와 압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총리는 엔저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자국기업들의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중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엔저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성이 대폭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이 한국기업들에게 엄청난 위험요인이다.

비상경영에 부심하는 대기업들에게 최근의 사정태풍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주고 있다.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받는 대기업들은 해외 경쟁기업들의 흑색선전 및 마타도어로 인해 입찰 등에서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국제 컨소시엄에서 배제되고 있다.

국세청이나 검찰은 명백한 탈세나 불법 분식회계 등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한 수사와 세무조사가 자칫 어렵게 구축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십년간 쌓아온 거래선과의 신뢰와 브랜드가치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정치적 동기 등으로 수출기업들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경제회생도 수출도 일자리도 투자도 성장도 소비도 물건너갈 수 있다.

예컨대 효성은 세계 1위의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을 비롯해 수출주력기업이다. 그룹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그런데 최근 조석래회장 일가와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강도 높은 수사는 효성이 쌓아온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평생 재계 발전과 국가경쟁력강화, 경제외교에 헌신해온 조회장을 일순간에 조세탈세범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효성이야말로 외환위기 당시 정부지침에 따라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정부도움이 없이 부실기업을 살려냈다.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이 박근혜정부 들어 탈세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선 당시 구조조정을 지휘한 경제관료들도 잔뜩 우려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의 법망을 피할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펀드 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SK도 휘발유 및 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출비중이 워낙 높다. 해외 자원개발과 에너지개발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엔크린의 경우 고청정 휘발유제품으로 96년 일본에 첫 수출된 이래 주력 수출품이 됐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의 석유화학제품도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최회장은 다보스 포럼과 보하오포럼 등 국제경제인모임 등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하는 글로벌 경제리더이다. 최회장은 동생의 펀드조성을 위한 계열사 자금 횡령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1, 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룹 매출 100조원이 넘는 SK그룹 총수가 고작 400억원대 계열사 자금 동원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것은 과잉처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도 없고, 피해금액도 없다. 그런데도 검찰이나 판사는 중대 범죄인인 것처럼 펀드조성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최회장을 중대 범죄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최회장은 도주우려가 전혀 없다. 해외 거래선 등과도 빈번히 만나야 할 한국의 대표 재계인사이다. 이런 비중을 가진 최회장을 구속까지 하면서 경영을 못하게 제한하는 이유가 있는지 안타깝다. 검찰과 사법부가 너무 시류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신분상승의 인센티브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한화도 태양광 사업을 미래 신수종으로 선정해 집중육성하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 등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중이다. 태양광사업은 당장 이익이 나기 어렵다. 투자는 엄청나게 소요된다. 보통 조단위 투자가 이뤄진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해외 경쟁기업들이 잇따라 사업포기를 하거나 축소중이다. 김승연회장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오너경영 특유의 배짱과 소신으로 태양광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육성중이다.

이재현 회장이 재판받고 있는 CJ는 식음료 등에서 내수비중이 높지만, 최근엔 바이오 사료는 물론 영화 유통 등에서 한류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기피한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하면 투자를 꺼린다. 일자리도 창출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경제성장에 엄청난 악재다. 박근혜정부의 경제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경영환경이 안정돼야 투자를 늘어난다. 그래야 현정부가 중시하는 고용율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증대가 가능하다.

재계는 연말에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올해는 시계제로상태에 직면해 내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기비행은커녕 시계비행에 급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모 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 등 대외요인보다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골리앗들과 싸움을 벌이는데도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국내의 사정 및 세무조사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모 대기업에 있는 검사 출신의 임원은 “현역 검사 시절에 재벌들은 타도의 대상으로 때려잡을 생각만 했다”면서 “하지만 기업에 와서 보니 대기업이야말로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자 집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나 검찰은 대기업 총수를 마구잡이로 때려잡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대기업 계열사와 총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 생중계하듯이 흘리는 것은 기업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총수의 경영의욕마저 훼손한다. 기업가정신이 죽어갈 뿐이다. 모욕주기 수사는 기업인들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든다. 국내에서 사업할 마음을 접게 한다. 제조업의 해외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다. 제조업 공동화를 부채질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들의 경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정기관이 국세청 등 경제권력기관들이 너무 설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권력기관들이 맞추 날뛰게 하는 것은 경제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복지예산 확충과 중산층 및 고용률 70% 달성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재계를 뛰게 해야 이같은 정책목표들이 현실화할 것이다. 기업인들을 독려하고, 기업가정신이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한다. 매타작이나 해서는 투자도 줄고, 일자리도 감소할 뿐이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대기업들의 사기진작에 힘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리더십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