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사돈기업으로 역차별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 효성

한국에서 대통령 사돈기업은 특별하다. 권력과 정권의 비호를 받아 인수합병 등에서 특혜를 보면서 그룹 외형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사돈기업이라는 이유로 집중적인 견제와 감시를 받으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효성은 역차별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다.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기업이다.

이 전대통령의 딸 수연씨와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이 2001년 결혼했기 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조회장의 동생 조양래 회장의 아들이다. 조회장으로선 이 전대통령과 한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효성이나 한국타이어나 대통령집안과 사돈 맺을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당시 15대 의원 임기를 마치고 아시아태평양 환경 NGO 한국본부 총재를 역임하고 있었다. 조현범 사장도 한국타이어에 입사도 하기 전이었다.

당시는 이 전대통령이 권력의 중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가 이 전대통령이 1년뒤에 서울시장이 되고, 7년 뒤에 대통령이 될 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조회장이 대통령과 사돈이 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대통령 사돈이 될 필요가 있었을까. 미래 투시력이 있다면 역대 대통령마다 퇴임 후에 곤욕을 치르고, 관련기업들도 사정당국의 손보기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못봤단 말인가

효성의 수난은 이 전대통령이 취임한 다음해인 2009년부터 본격화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2009년에 매각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던 조석래 회장과 효성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재계를 리드하는 전경련 회장단은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회장은 재계총리로서 워크아웃 기업의 정상화 기업에 기여하고자 했다. 입찰 제안서를 내기로 하고 실무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통령 사돈기업이 참여하면 유리한 것 아니냐’에서부터 시작해 ‘효성에게 하이닉스를 주기 위한 특혜매각’이라며 악성루머가 확산됐다. 효성은 여론에 밀려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

정치권은 효성이 하이닉스를 포기했음에도 국감에서 조차 ‘하이닉스 분할 매각’ 조건은 대통령 사돈기업을 위한 변경이었다며 강도높은 추궁을 했다. 언론도 무책임하게 대서특필했다. 채권단의 분할 매각방안은 하이닉스 매각 발표 당시 최초 ‘주식매각 안내서’에 명시되어 있던 내용이었다.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정치권과 언론의 특혜 매각 의혹제기는 억측이 되고 말았다. 효성으로선 상처만 입는 꼴이 되었다.

효성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논란으로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09년 국감에서 의원들은 조회장 아들들의 해외부동산 매입의혹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며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의원들은 그룹의 비자금, 자녀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의혹, 증여, 차명부동산 등 기업활동의 모든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비자금은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경영진 120명이 조사받고 45명의 계좌도 조사했으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도 이미 종결된 사안이었다. 증여 및 차명부동산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일로 재차 확인되었다.

효성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집중적인 수난을 당하고 있다. 검찰 국세청 등이 전방위로 나서 탈세 세무사찰을 벌이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는 등 전방위 공세를 벌이고 있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면 재계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대기업들일수록 ‘수난’을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재벌에 대해 사정드라이블 걸지 않은 사례가 없다. 전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전정권 기업들을 사정없이 혼내주고 손보는 경우가 많았다. 희생양을 찾는 격이었다.

효성은 사돈기업이라는 이유로 어떤 기업보다도 표적이 됐다. 악성소문이나 루머는 사실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효성이 15년전 환란 당시 부실 계열사의 부실 해소과정에서 엄청난 탈세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세금 추징도 모자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지난 10월에는 검찰의 압수수색도 당했다. 조회장과 자녀들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효성 임직원들은 연일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앞으로 조회장 등 핵심 경영진에 대한 소환도 예견되고 있다. 이미 그룹과 조회장 등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 패륜아라는 비판을 받아온 둘째 아들 조현문씨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효성 임직원들은 각종 검찰 조사를 받느라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지 못하고 뒤숭숭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말 경영마무리는 물론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효성의 경우 사돈기업이어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혜택이나 특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도 했다. 전경련 회장으로서 재계를 위해 봉사하고 정부 및 재계간에 가교역할을 하는데 힘썼다. 이 전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고, 본인도 특혜설에 휘말리지 않기위해 더욱 신중히 처신했다.

조회장은 재계총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회장단의 화합과 기업 규제 완화, 국가경쟁력 강화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조회장의 업적은 역대 전경련 회장보다도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다. 후진적인 행태이기도 하다. 기간통신사인 KT 이석채회장도 정부와 검찰의 압박에 밀려 중도퇴진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도 이석채회장의 뒤를 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만 50군데가 넘는다.

최근 국세청 및 검찰의 세무조사와 수사는 전정권과 가까웠던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니 보복수사, 보복 세무조사라는 세간의 이야기가 무성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도 4년 후에는 전정권이 된다. 기업들은 차기 정부가 현 정부와 가까웠던 기업들을 수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현정부를 위해 투자 및 고용에 앞장서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는 이 점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