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삼성전자 LG화학 GS칼텍스정유 대림석유화학 등 경쟁력 저하


   
▲ 이의춘 발행인
정부가 전기료의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은폐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19일 산업용 전기료를 6.4% 인상하면서도 핵심인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전기요금 원가체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한전의 경영난과 전력대란이 원가에 못미치는 산업용 요금 때문이라고 선전해왔다. 기업들에게 경영난을 전가해온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추정으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정부와 한전이 이를 숨긴채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다고 줄창 선전해왔다는 것이다. 수년전까지는 원가이하 전기요금이 맞았지만, 지금은 원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자신이 없는지, 아니면 몰매 맞을까 두려운지 아예 지난해부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 전가시켜온 비난을 정부가 뒤집어쓸가 봐 국민과 기업들을 호도하고 있는 듯하다.

논란을 잠재우는 것은 간단하다. 한전과 산자부가 산업용 전기료의 원가회수율을 만천하에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산자부(전 지경부)는 2011년 12월 요금을 평균 4.5% 인상한 후 용도별 총괄원가회수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시 원가회수율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예컨대 2011년 당시 요금을 인상한 후 산업용 총괄원가회수율은 87.5%로 오히려 인상전의 88.7%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요금을 올렸는데 오히려 회수율은 되레 떨어진 것. 이는 정부와 한전이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심이 가게 만드는 대목이다. 당시 주택용과 농사용은 오히려 각각 86.4%에서 88.3%로, 32.8%에서 34.6%로 높아졌다. 요금인상이 없었는데도 회수율이 높아진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수치였다. 고무줄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2012년 총괄원가 회수율 추정치도 수시로 바뀌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변경원인이나 추정방법도 무척 불투명하다. 백주대낮에 이런 엉터리 자료가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한전 사장이 2012년 총괄원가회수율을 발표한 것을 보면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2012년 5월의 추정치와 2012년 결산 기준 평균 회수율은 88.4%로 동일했다. 하지만 산업용 총괄원가회수율은 92.4%에서 89.4%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를 감안하면 원가배분 방식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한전이나 산자부가 자료를 부풀리거나 마사지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와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은 의혹이 든다.

문제는 정부가 누차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싸고, 원가보다 낮다고 홍보해온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2011년 12월에 발표한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94.4%였다. 그럼 2012년 8월에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 6.0%를 포함하면 회수율은 100.1%에 달해야 한다. 더욱이 올해 1월 4.4% 요금 인상으로 회수율은 104.5%나 될 것으로 추산된다.

고압 산업용 전기의 경우 원가회수율이 산업용 평균보다 높다. 이를 감안하면 회수율은 이미 100%를 크게 초과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나 한전은 두차례의 전기요금 인상 전후의 원가회수율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러니 기업들과 국민들이 정부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19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추가로 6.4%나 올렸다. 주택용(2.7%)과 농사용(3.0%)등은 최소수준으로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에게 덤터기를 씌운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기를 많이쓰는 철강업체에 큰 부담을 준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8000억원을 냈으나, 이번 요금인상으로 800억원이 추가됐다. 무려 9000억원가량을 전기요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급등까지 겹쳐 이중의 타격을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번 6.4% 인상으로 연 2688억원을 추가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정이 괜찮은 삼성전자도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179억원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올해 두 번의 인상으로 700억~8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원가보다 싸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기업들에게 과중한 요금인상 고지서를 마구 통보해왔다. 기업들은 올려도 지나치게 올린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1년 8월이후 2년3개월간 5차례에 걸쳐 무려 33.0%나 급등했다. 이 기간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률 9.9%에 비해 3배가 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자신들의 실패를 산업계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예측 실패와 원전비리 등으로 전력대란을 맞았음에도, 주로 산업계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정책실패를 회피하려고 있다. 전기요금이 등유 가스등에 비해 싸게 책정되면서 가열 건조에너지도 급증했다. 이는 제조업체의 전력사용량에서 2001년 3%대에 그쳤던 가열 건조용 전력이 2010년 39%로 폭증한 데서 잘 나타난다.

정부는 내년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다시금 산업계가 부담을 더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이제라도 요금 인상 시에 용도별 총괄원가회수율을 떳떳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요금인상안을 책정해야 한다.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책실패 책임을 모면하려고 해선 안된다. 철강 석유화학 등 전기요금을 많이 내는 산업계가 볼멘 소리를 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균형잡힌 전기료 책정이 필요하다. 과도한 전기요금 인상이 현대제철 LG화학 GS칼텍스정유 대림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의 원가부담 가중과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전기료 산정이 긴요하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