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회장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의춘 발행인
신한웨이는 이어져야 한다. 최강의 금융회사를 향한 신한의 전통과 끈끈한 동지의식은 이어져야 한다. 신한만의 가치관과 행동기준, 장기목표는 중단없이 이어져야 한다. 신한웨이는 아문센 경영이다.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던 아문센이 날씨 등 외부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매일 20마일만 움직였듯이 신한은 창업이래 고유한 가치관과 영업전략 등을 광적으로 지켰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은 국내 최고, 최강의 금융회사로 발돋움했다.

신한웨이의 핵심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목표를 갖고 경영하면서 국내 최고 최강의 금융회사로 도약했다. 나응찬 전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30여년간 신한을 국내를 대표하는 리딩뱅크로 육성하는 데 기여했다. 우리금융 등 다른 은행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등 인사태풍이 불고, 경영전략이 혼선을 빚으면서 흔들렸다.

신한과 함께 하나은행이 비교적인 독특한 문화와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은 최고경영자 임기 등 지배구조가 정권교체 등 외부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조만간 차기회장을 뽑을 예정이다. 현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간택해야 한다. 회장추천위원회는 14일 첫 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협의했다. 28일 2차 회의는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차기회장 선임 작업은 국내외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저금리 등으로 수익성마저 악화하는 위기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신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예대마진이 1%대로 급감하면서 순익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더우기 조선 해운 건설 등 불황업종 기업들의 경영난과 도산으로 부실채권은 급증하고 있다. 내년 경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은행 카드 증권 캐피탈 등 신한금융지주의 재무건선성 제고와 부실여신 최소화, 신규 사업 발굴 등이 긴요해졌다.

위기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안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차기회장으론 자천타천으로 여러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 회장이 가장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홍성균 전신한카드 부회장, 이인호 전 사장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경제관료 등 외부인사가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 한동우 회장의 1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경제관료가 경합했던 것과 비교할 때 다행이라 하겠다. 최영휘 전 사장 등 원로들이 미련을 갖고 있으나 연로한데다 퇴직한지 2년이상 됐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배제됐다.

여러 후보들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둘러싼 혹독한 변수와 매서운 바람등을 감안하면 전쟁 중에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조직과 회사의 생사를 걸고 벌이는 전쟁에서 갑자기 지휘부가 바뀌면 새판짜기 등으로 조직과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전쟁외부의 거센 바람과 풍랑에 흔들리지 않는 신한호가 되기위해선 수뇌부의 안정이 긴요하다.

한회장은 신한사태로 표현되는 창사 이래 최고의 위기상황에서 취임한 후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우리· 국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순익 급감등으로 죽쑤는 상황에서 신한만은 견실한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취임 첫해에 3조원의 순익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조원이상을 달성했다. 올해 전반기에 순익 1조원클럽에 가입한 금융지주사는 신한이 유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한 사태를 수습 등 최악의 상황에서 돋보이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흔들리던 신한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쟁력도 높이는 등 두 마리토끼를 잡았다고 하겠다.

그는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 정착시키는데도 기여했다. 그룹 사업부문제를 도입해 업무효율성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비슷한 사업부문을 자산관리의 경우 WM부문, 기업금융은 CIB부문으로 통합운영했다. 업무통합은 앞으로 신한의 미래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회장은 조직을 안정시키고, 현재의 경영위기를 타개하면서, 미래 수익사업도 발굴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데 적임자로 볼 수 있다. 그는 나응찬 전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간의 갈등에 일체 연루되지 않았던 점이 커다란 장점이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개인적 은원관계가 없어 탕평책을 추진하는 데 적합하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뚜렷이 의식하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금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 하나하나의 성공과 나라경제 발전에 실직적인 도움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주주들도 한회장의 경영행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나-신의 갈등 속에서 한때 분열됐지만, 이제는 신한의 경쟁력강화와 외풍 차단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주주들이 나-신의 다툼과정에선 엇갈렸지만, 이젠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신한의 조직을 안정시키면서 은행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교포주주들은 신전 사장측이 제기하는 송사와 폭로전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갖고 있다. 수개월전 주요 정치인과 경제관료 등의 불법계좌 논란이 벌어졌을 땐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며 신 전사장측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본점
▲신한은행 본점


재일동포 주주들은 이젠 사내 정치에 능하고, 파벌싸움을 벌이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오로지 전문성있는 사람이 신한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회장은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2대주주인 BNP파리바도 한회장의 경영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한회장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별다른 변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아직도 현 지배체제를 흔들어 이익을 보려는 OB들이 있다면 문제다. 몇명의 전직 지점장들이 이번 차기회장 선임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도 조직을 흔드는 OB들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 현 이사진들도 한회장에게 신임을 표시하고 있다. 회추위의 만장일치로 한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한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탕평책과 화합인사에 더욱 신경을 써서 신전사장측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1기 재임중에 돋보이는 화합인사를 했지만, 더욱 이에 신경써서 하나된 신한 문화 재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는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대마진율 1%포인트 시대는 은행의 미래 수익성에 중대한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한회장이 새롭게 정립한 WM부문과 CIB부문의 업무통합시스템은 긍정적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확실한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글로벌 IB화도 과감해야 한다. 신한이 국내 은행 중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대건설의 임원의 다음과 같은 말은 국내은행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건설사도 이젠 단순시공에서 설계에서 시공 감리, 금융 등 패키지화해야 수익성이 개선되고, 해외 골리앗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 가장 취약한 게 자금조달 능력이다. 한국은행들과는 중동 동남아 등 해외에서 같이 뛸 수 없다.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자금조달 코스트가 1%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선진국 은행에 비해선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우리 은행들의 취약한 경쟁력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