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가능성 등 부작용 우려


 

이의춘 발행인
▲이의춘 발행인

중국의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국내 이동통신망 진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무성하다.

발단은 LG유플러스가 최근 화웨이를 자사의 광대역 LTE기지국 공급업체로 선정하면서부터다.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통신보안을 이유로 화웨이의 자국내 진출을 불허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장비공급을 허용할 경우 스파이 가능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한중간의 고조되는 경제협력과 투자 확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도청및 감청 우려를 해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국가이다. 박근혜대통령도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FTA 체결 협상과 교역확대 등에 합의했다.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양국관계를 격상시키는데도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과 투자도 확대되고 있고, 중국의 대한 투자도 점증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하는데도 중국의 역할은 지대하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의 대북한 지렛대역할을 감안할 때, 중국의 통신사가 국내 통신장비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규제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화웨이가 통신장비 공급을 본격화할 경우 사이버보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 납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LG유플러스가 2.6기가헤르츠 대역의 광대역 LTE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화웨이로부터 공급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납품물량은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LTE 전국망 구축사업은 사업비가 1조원대로 화웨이외에 삼성전자와 중견기업 NSN도 장비를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통신보안 유출 논란에도 불구, 화웨이를 장비공급업체로 선정한 것은 가격이 국내 업체 제품보다 20~30% 싸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보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은 시스템구축에서 운영까지 제조사에게 맡기지만, LG유플러스는 모든 통신망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장비 운영과정에서 정보가 누설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화웨이도 보안 유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매출의 70%가량이 해외 이통사에 대한 납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도청 및 감청에 협조하는 것은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중국 정부가 스파이역할을 요구한다해도 이를 거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본사
▲lg유플러스 본사





그러나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 통신전문가들은 이통사가 망장비인 라우터간의 통신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비공급업체가 얼마든지 사이버도청 및 감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유출을 100%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화웨이의 장비 자체가 얼마든지 이동통신사를 따돌린 채 휴대폰을 도청하고 감청도 할 수 있는 기술적 강점을 갖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호주 등은 화웨이가 자국 통신사에 장비를 납품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납품을 아예 배제하는 국가도 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지난해말 화웨이가 공급하는 장비에 중국정부가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이메일등을 추적하고, 미국 통신망을 파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마바 행정부는 이를 계기로 화웨이의 통신장비 납품을 막았다.

선진국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중부의 도청 및 감청은 물론 국방등의 중요 기밀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주요기밀과 통신보안이 중국에 누출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화웨이 창업자인 임정비(任正非, 런정페이)가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군장성출신이라는 점에서 화웨이는 중국군부와 연계된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 이같은 특성으로 화웨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발주하는 통신장비를 독점 수주하면서 사세가 급신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조원에 달했다. 전세계 100여개 이상 국가에 15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에도 진출해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을 맹추격하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 납품문제는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이제와서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섣불리 납품을 배제할 경우 경제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삼 정부시절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했다가, 국내 전자업체들의 대중국 통신장비 수출이 막힌 전례가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화웨이의 납품을 어느정도 허용하되, 통신보안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시스템구축에서 운영까지 만전을 기하고, 트래픽 감시망도 완벽하게 세워놓아야 한다. 만에 하나 보안이 새나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기밀 누출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부와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장비시장을 지키면서도 무역마찰을 피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미디어펜= 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