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층 탈북자들 늘면서 북한 임금지불체계 증언 많아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당국이 벌어들인 외화가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가고 있으며, 통치자의 비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 이후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상납된 임금이 핵개발에 이용되어왔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엘리트층 출신 탈북자들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39호실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서 간부든 근로자든 모든 근로자의 월급은 북한 돈 원화로 지급되고 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도 입주기업이 지불하는 임금의 30% 금액만 환전된 원화나 물표로 받아왔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된 금액은 달러 상태로 고스란히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서 39호실로 들어갔을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런 사실을 입증할 문서 등 자료는 없지만 최근 늘어난 북한 외교관 출신 등 엘리트층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른 북한의 임금지불체계를 보면 충분히 납득되는 일이다. 북한에서 월급은 모두 원화와 물표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고위간부들에게는 달러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나온다.   

실제로 15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 경공업성 출신 탈북자 김태산(64) 전 조선체코합작회사 사장은 “남측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들의 노임으로 80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북한 정부는 달러를 모두 회수하고 노동자 1인당 북한 돈으로 6000원을 지불한다”고 전한 사실도 있다.  

   
▲ 북한에서 간부든 근로자든 모든 근로자의 월급은 북한 돈 원화로 지급되고 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도 입주기업이 지불하는 임금의 30% 금액만 환전된 원화나 물표로 받아왔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된 금액은 달러 상태로 고스란히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서 39호실로 들어갔을 개연성이 크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일단 39호실로 들어간 달러는 당 중앙위원회 서기실이나 김정은의 최측근이 관리하게 된다. 그러니 달러의 용도는 김정은이 사용하고 싶은 곳에 쓰이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 개발하고 있는 핵 미사일 비용은 물론 김정은 일가가 사들이고 고위간부들에게 하사하는 사치품을 사는 데에도 달러가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엘리트층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각 기관이 벌어들인 달러가 유입되는 부서는 노동당 39호실이고, 외화 관리는 서기실이 하는 게 맞다”며 “다만 달러로 해외 물품을 구입하는 역할은 중앙당 재정경리부가 맡아서 한다”고 전했다.   

당초 북한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부서는 39호실 외에도 38호실이 있었다. 38호실은 김정일의 통치자금 사금고 역할을 해왔고, 39호실은 북한의 외화벌이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8호실이 없어지면서 39호실로 통폐합됐다고 한다.  

39호실은 산하에 대성무역관리국을 두고 있으며, 대성무역관리국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대외무역은행인 대성은행을 둘 정도로 규모가 크다. 1978년에 설립된 대성은행에 사실상 북한에서 벌어들인 모든 외화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39호실은 국제적으로 금지돼 있는 마약, 위조달러, 무장장비를 불법 거래하는 방법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단연 무기수출로 제2자연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는 물론 정찰총국 산하 연락소들과 보위사령부가 관여하고 있다.  

또 북한이 파견한 각 나라 대사관 직원들도 외화벌이의 주역이다. 이들은 김정일의 서기실에서 직접 주관해온 위조달러를 진폐로 바꿔치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북한이 각국 대사관에서 바꿔치기한 위조달러가 2010년 한해에만 3000만달러(약 330억원)어치 정도라는 말도 있다.  

북한 당국이 주도하는 초정밀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Super Note) 제작은 주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기관 내에서 이뤄져왔다. 생산된 위조달러는 해외 공관마다 수백만~수천만 달러씩을 배분돼 진폐로 바꿔치기를 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위조달러를 바꾸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장소는 카지노로 실제 게임할 용도보다 칩을 많이 구입하고 게임을 즐기는 척 하다가 나오면서 칩을 진폐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바꾼 주재국 화폐를 다른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다시 미국 달러 진폐로 바꾸면서 작업이 종료된다.  

북한에서 제조되는 마약 역시 외화벌이에 한몫 톡톡히 하는 것으로 주로 국가안전보위부 312호와 보위사령부 31부 소속 직원들이 외교여권을 이용해 외국에서 마피아들과 연계해 판매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밖에도 북한 당국은 민간재원을 흡수하는 방안으로 전자결재카드 사용이나 중국, 러시아, 중동 등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1974년 공식적으로 세금을 폐지한 이후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어 고안해낸 방편이다.  

현재 북한 당국은 민간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공식 국영 상점을 확대해 외화를 거둬들이고 있으며, 특히 공식적으로 시장 사용료를 받고 있다. 또 비공식적으로 ‘돈주’의 시장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징수하고 있으며,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이 성행하고 있다.  

북한의 외화벌이 실태를 볼 때 개성공단에 유입되는 한해 1억2000만달러(1320억원)에 달하는 금액도 김정은의 비자금으로 사용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간 평화의 상징으로 지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때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사항에서도 비껴갔지만 이는 세계 유일 분단국인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달러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질수록 개성공단 문제도 근본부터 따져볼 필요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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