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결집 효과로 문재인의“전쟁하자는거냐”헛소리 사라질 것

   
▲ 조우석 주필
“핵개발 없다”약속 대신 북한만큼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어야

최고지도자의 변화된 모습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한 달 전 대국민 담화와 비슷하면서도 또 달랐다. 한 달 전 빨간 자켓 차림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느라 많은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쏟아냈다면, 이번엔 간명했다.
 
대북정책 기조 전면 수정과 국회의 협조 부탁이 초점이었다. 그건 썩 시의적절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란 초강수를 두고 난 뒤 당연한 국론결집의 후속조치가 아닐까?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낼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그건 차분한 톤의 청색 자켓으로 신뢰감을 연출하면서 지금 한반도 초위기의 요즘 상황에서 듬직하게 들렸던 국가원수다운 위엄이었다. 적지 않은 국민이 대통령 메시지를 들은 뒤 거뜬한 마음으로 생업 현장으로 돌아갔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미-중-일 등 한반도 유관국에 주는 메시지는 부족

박 대통령은 평소의 분위기와 외모 때문에 영국의 마가렛 대처처럼‘철의 여인’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초위기의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명백한 것은 지금이 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클라이막스이자, 절체절명의 국면이라는 점이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게임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누구도 감히 예측하기 힘들다.

때문에 이번 국회연설을 기점으로 한 얼빠진 야당 지도자의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안보 포퓰리즘 공세나, “총선용 북풍(北風)”이라는 일부 헛소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점 좋다. 그러나 뭔가가 아쉽다.

이번 국회 연설은 국내만큼이나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유관국을 포함한 국제무대가 더 주목했던 자리였다. 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어떤 카드를 어떻게 뽑아들지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게 현단계 대한민국의 실력이자, 지혜의 총합일텐데,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우선 독자적 핵무장론. 1월 대국민 담화 때 대통령은 “그런 주장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제사회의 약속을 깨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으니 우리에게 꼭 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도 전했다. 지금 변화된 상황에서는 조금 다르게 발언했어야 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어야 했다.

 “당시엔 그렇게 말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판단에 변함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란 결국 국제사회가 막지 못했기 때문에 연속해서 발생하는 사태진전이 아닌가? 그 때문에 대한민국은 지금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리고 막가파 김정은의 움직임을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썩 잘 막아줄 것 같지도 않아서 더욱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꼭 북한만큼만이라도 핵 개발을 준비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검토했어야 옳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아니다. 방법이 있다. 우리의 개발과정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기구와 국제사회 전체에 온전히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얼마든지 실사(實査)를 해달라고 당당히 요청하는 게 방법의 하나다.

   
▲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한 달 전 대국민 담화와 비슷하면서도 또 달랐다. 한 달 전 빨간 자켓 차림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느라 많은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쏟아냈다면, 이번엔 간명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3일 대국민담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혼자 뛰게 만들면 안된다

이때 반드시 곁들였어야 하는 발언은 따로 있는데,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동일행동 원칙에 따라 만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취소하거나 다운시키면, 우리도 꼭 그에 상응하는만큼 취소하거나 다운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밝혔어야 했다. 그 경우 국제사회의 반발은 최소화된다.

고백하자면, 이건 원로 정치학자 양동안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가 국회 연설 하루 전 날 필자에게 전해준 메시지다. 그때 양 교수는 밝혔다. 그건 일종의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즉 반드시 핵개발을 하겠다는 프로젝트만은  아니고, 우리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히는 레토릭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점 나 역시 공감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사드 문제도 그런 유연한 레토릭의 해법이 필요했다. 사드를 놓고 중국이 으르렁대지만, 그건 기우일 뿐임을 멋지게 천명하면 된다. 이런 식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하면, 그걸 확인하는 즉시 대한민국도 사드 배치를 한반도에서 철수하겠다.” 그런 언명을 정확하게 하면, 국제사회 여론이  또 달라지고, 국론집결 효과도 배가가 된다.
 
KBS-연합뉴스의 14일 설문조사 결과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두고 국민의 67%가 찬성하는 썩 유리한 국민여론을  감안한다면, 이번 국회 발언에서 그런 레토릭 구사가 빠진 건 많이 아쉬웠다. 평택, 군산 등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발을 하는 것도 기회에 정면에서 눌러버렸어야 했다.

“국민 여러분, 안보는 국가 존립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고, 있지도 않은 레이더 전자파 등의 위험성을 들먹이면서 우리 지역에는 들여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닙니다.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다.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 모두가 아슬아슬한데, 대통령 혼자서 뛰는 모습이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누구는 말한다. 요즘 대통령의 모습이 어쩌면 정치평론가처럼 보인다고…. 그 반대가 정답일텐데, 핵개발론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레토릭만은 스태프들이 나눠서 해도 될 듯하다. 대통령의 말씀으론 아무래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