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보수 외치던 국민의당 개성공단 중단 놓고 돌변

국민의당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의 파열음에 이어 안철수 대표의 안보관마저 오락가락 하면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의 색채를 가미한 ‘공정성장론’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웠다. 당시 국민의당 정강정책 전문을 보면 “우리는 국민분열과 이념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국가의 중심, 사회의 중심, 국민의 중심을 새롭게 세우고자 한다”며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국민에게 안전한 삶,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는 민생정치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기존의 야당과 큰 차별성을 둔 부분은 국방·안보 분야였다. 국민의당은 “북핵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위협이고 통일을 진전시키는 데도 명백한 장애물”이라고 규정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색채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통일정책의 방향에서도 “북한의 무력도발을 불용하는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개선-북핵문제 해결-평화체제 수립을 선순환적으로 실현하는 외교를 추진하고, 통일외교에 힘씀으로써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불용하는 바탕 위에서’라는 전제를 붙였다.

하지만 국민의당 입장은 불과 보름만에 갈지자행보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해 더민주 김종인 대표보다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정체성의 혼란을 보이고 있다.

   
▲ 국민의당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의 파열음에 이어 안철수 대표의 안보관마저 오락가락 하면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폄하했다. 천정배 대표는 “정부가 할 일은 포용정책, 햇볕정책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신중론을 펴던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겨냥 “차라리 햇볕정책을 포기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의혹만 가중시키고 국민을 설득시키기 못한 연설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경제에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안보에는 보수라던 국민의당이 180도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결국 호남민심이다. 총선을 앞둔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주창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세력정당을 꾀하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태생적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정치적 세 확장을 위해 창당대회에서 내건 당의 정체성마저 내팽개친 것이다.

김한길 대표와 불협화음중인 안철수 대표가 당초 더민주의 친노 패권주의에 맞서 ‘호남정치’를 외치고 나선 천정배 대표와의 손을 맞잡은 것 자체가 융합적 시너지를 내기에는 맞지 않은 선택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로 더민주의 탈당 사태가 잦아들면서 기대했던 확장 효과를 얻지 못하자 부랴부랴 손을 잡은 것이다. 결국 ‘새정치’를 외쳤던 안철수 대표가 ‘헌정치’로의 회귀시점이 된 것이다.

국민의당내에서도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자 정체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하지만 우리 핵심 지지층은 중도층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중도 개혁 정당을 표방하면 창당 초기 쟁점법안처리 문제 등에서 더민주와 다른 선택으로 정부·여당에 협조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불용하는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던 보름전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무력도발이다. 그것을 불용하겠다던 국민의당이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에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뼈아픈 결단’을 내린 박근혜 정부를 농단하고 있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개성공단 중단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개성공단 폐쇄에 찬성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냐.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했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윤여준 전 환 환경부 장관마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가 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장관은 “사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 국민이 국민의당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합류를 고민하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대북, 외교문제에 강경입장이었던 천정배 대표에 정동영 전 상임고문까지 입당한다고 하는데 이게 ‘안보는 보수’라고 외쳤던 안철수 대표가 원했던 당이냐”고 반문했다.

안철수의 정치적 실험은 이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자인 안철수 대표가 ‘안보’라는 결코 물러서서는 안되는 벼랑끝에서 좌고우면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불안을 넘어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정치적 세를 불리기 위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흔들리는 안철수 대표의 모습에서 또다시 ‘철수’를 느낀다. ‘안보’는 정치와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안보는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다. 안보는 생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표에만 맴돈다면 안철수 대표의 정치는 ‘안철수의 생각’으로 머무르는 게 차라리 국민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낫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