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개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

   
▲ 박대식 부원장
 최근 우리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참여를 공식화하자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TPP에 대한 우리의 참여에 우려를 표시하는 쪽의 주장은 대체로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TPP 참여국가중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이 있어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농업분야에 대한 개방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TPP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게만은 우리 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분야에 대한 개방문제는 우루과이 라운드 때부터 시작되어 칠레, 아세안, 유럽연합(EU), 미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마다 크고 작은 '국가적인' 홍역을 치루어 왔다. 당시 정부도 그때마다 농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피해 보상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일부 프로그램은 지금도 집행되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논란이 근 20년 동안 비슷한 논리로 개방 논의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또 한 번의 농업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제조업에서 있어 개방의 실질적인 효과는 관세인하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다. 과거에 비해 이런 저런 이유로 관세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거기다 운송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개방을 한다해도 수입업자가 갖는 가격 잇점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생산자도 시장 진입초기에 가격을 대폭할인하거나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가격조정력이 있고 소비자들도 디자인, A/S의 편의성 등 가격 외에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하여 구매한다. 다시 말해 관세가 갖는 억지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요즘은 일본제품이 일본에서만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기업이 한국에서만 생산하지 않듯이 일본도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일본에 우리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 해서 다른 나라를 통해 우회하는 일본 제품을 막을 방법은 없다.

개방을 산업정책차원에서 보면 경쟁을 통해 기업체질을 강화하여 경제전반을 효율화하고 산업의 구조를 선진화하자는 의미가 있다. 수출과 내수의 차이에서 보면 경쟁을 하는 분야와 하지 않는 분야의 차이가 극명하다.

경쟁이 쉽지는 않지만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전자, 자동차 등 수출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으로 그 성가를 높혀 가고 있는 반면,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주체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다 이익은 커녕 매출 자체가 늘지 않고 있다. 성장동력을 점차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개방이 우리 경제성장에 있어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실제 많은 경제 주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과 과감한 도전과 실패 없이는 발전할 수 없고 우리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