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햇볕정책 시각차…더민주·국민의당 정체성 흔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을 놓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은 더민주호를 맡은 김종인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야당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재벌위주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와 사전 교감설이 흘러나오기는 하지만 김종인 대표의 파격 행보는 ‘불안한 동거’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에 합류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행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합류 전부터 이상돈 교수는 국민의당을 향해 “대북, 외교문제에 강경입장이었던 천정배 대표에 정동영 전 상임고문까지 입당한다고 하는데 이게 ‘안보는 보수’라고 외쳤던 안철수 대표가 원했던 당이냐”고 쓴소리를 했었다.

합류를 선언한 17일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서는 “미국 공화당, 민주당, 심지어 샌더스 의원까지 다 강력한 제재를 나서기 때문에 그런 국제제재에 우리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조치에 동참 의사를 밝혀 안철수 대표는 물론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대표는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전략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 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며, 우리 기업과 국가에 경제적 손실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존의 비판기조를 유지했다. 하루 전 김상돈 위원장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을 놓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대표와 이상돈 위원장의 생각이 시시각각으로 엇갈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겨냥 “박 대통령도, 여당도, 심지어 야당 일각에서조차 북한 체제의 붕괴나 궤멸을 이야기 한다”며 “급격한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보수를 자처하던 안보관과 엇갈린 주장을 했다. 안철수 대표의 이 같은 비판은 개성공단 중단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김상돈 위원장의 뜻과도 배치돼  국민의당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상돈 위원장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미국 역대 정부가 다 실패했다”며 “노태우 정부 때 비핵화선언 실패하고, 김영삼 정부 때 제네바합의 실패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햇볕정책 실패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비핵개방 실패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그 부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김대중·노태우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호남을 진원지로 전국 정당으로 나서겠다는 국민의당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다른 생각이 향후 당내에서 어떻게 융화될지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 궤멸’론을 펼치며 문재인 대표의 대정부 비난 입장과 대척점에 섰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은 다르다며 김정일 시대에 맞춰진 햇볕정책도 달라진 북한 상황에 맞게끔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일격을 맞은 셈이다.

김종인 대표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17일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 토크쇼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재벌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양극화 현상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에서 간극이 점점 커졌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여왔던 문재인 전 대표와의 확연한 색깔 차이를 보였다.
 
‘삼고초려’를 무색케 했던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이상돈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표·안철수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안보·경제 정책은 물론 당의 정체성과 이념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을 놓고 대정부 비판을 해 오던 문재인 전 대표는 대북정책의 거듭된 실패 요인으로 야당의 지주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목한 김종인 대표와의 거리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꼽은 점도 문재인 전 대표의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점쳐진다. 더민주의 주류와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과 경제관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출발한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도 이상돈 위원장의 합류 일성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당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이상돈 위원장의 비판이 달가울 리 없다. 안 대표는 18일 국회 연설에서도 개성공단 중단 문제에 대해 정부 비판 입장을 견지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공 들여 모셔온 김종인 대표와 이상돈 위원장이 딴 목소리를 내면서 향후 당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총선을 위해 공들여 모셔온 두 사람의 ‘눈에 띄는’ 행보가 어떤 변화를 불러 올지 예측이 어렵다.

당내에서는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한편 막강 권한을 가진 거침없는 두 사람에 찍혀 불이익을 받을까봐 쉽사리 목소리도 못 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보다 김종인·이상돈표 야권 체질 개선의 시간표가 흘려가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색다른’ 이들의 동반 항해가 계속될지 궁금해 지는 시점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