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중단, 최소한의 적절한 자위조치…진영논리는 필패
지난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우리정부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무력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실효적이고 단호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온당한 대응임에도 일부에서 잘못된 내용으로 정부의 조치를 오도하고, 국가안보와 남북관계라는 엄중한 사안을 정치사회적으로 이용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진단하여 오해를 바로잡고, 개성공단 이후 바람직한 대북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어떻게 볼 것인가’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패널로는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토론자로 나선 조동근 교수는 “개성공단은 순진한(innocent) 발상에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더해진 최악의 오판이었고,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최소한의 적절한 자위조치였다는 지적이다. 이어 조 교수는 “진영논리에 기초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세력은 필패할 것”이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조동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개성공단, 순진한 발상과 낙관적 전망이 빚은 최악의 오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적합한 조치- 

1. 민족, 자주, 평화통일이라는 주술(呪術)에 침해된 국익(國益)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앞을 내다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나간 역사를 반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탈무드 지혜는 지금도 살아서 움직인다. “한번 속으면 속인 상대방이 잘못이지만 같은 사람한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잘못이다.” ‘자기교정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만큼 이상하리만큼 자기교정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20년을 속아왔지만 지금도 현실을 냉철하게 성찰하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우리사회에 친북세력의 뿌리가 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우리가 북한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6자 회담’ 등을 통해 대화를 하고 ‘개성공단’ 등을 통해 경제교류를 증진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는 순진한(innocent) 발상에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더해진 최악의 오판이었다. ‘햇빛정책’이 그 절정이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서 단 한 순간도 핵 무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북한은 ‘핵 무장’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고 이는 밖으로 천명했다.1) 이 같은 당연진실을 우리는 묵과했다. 아니면 애써 외면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북핵 개발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대화에 매달렸다. 대화는 ‘대북 지원’의 또 다른 얼굴이다.  북한은 한국의 대화와 지원을 ‘역(逆)이용’해 핵무장에 성공했다.

   
▲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최소한의 적절한 자위조치이다. 진영논리에 기초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세력은 필패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표-1>은 역대 정부의 대북지원 규모를 정리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지원액은 69억5950만 달러(한화 약 8조6000억 원)이다. 현금이 29억222만 달러, 현물이 40억5728만 달러이다. 현금과 현물의 비중이 ‘3:4’이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물과 달리 현금은 그 사용처를 알 수 없다. 현금지원은 사용처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돈의 일부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우리 국군 장병들에게 총 부리를 겨누게 했을 수도 있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어떻게 자승자박적인 대북지원이 이루어졌는가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북한 퍼주기는 좌파세력 집권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민족·자주·평화통일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국민은 혼을 잃었고 사회는 ‘집단최면’ 상태에 빠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15일 6·15공동선언을 통해 ‘분단을 넘어 통일로’라는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다. ‘북한 퍼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대중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말하고 만약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안을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희대의 세습·방탕군주인 김정일을 “식견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적국지도자를 미화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서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임의대로 그은 선이다”라면서 NLL의 의미를 축소시켰다. 그는 “남북관계 하나만 잘 되면 모든 게 깽판나도 괜찮다”는 비속어까지 동원하면서 북한을 퍼주었다.2) 그는 “북한의 핵개발은 일리가 있다”라고도 했다. 국가원수로서의 금도를 넘은 것이다. 사회 분위기도 한쪽으로 경도되었다. 일각(一角)이긴 하지만 북한 핵에 대해,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는데 왜 없애려고 하느냐”는 비이성적인 인식이 자리를 잡기까지 했다. 

   
▲ <표-1> 역대 정부별 대북지원 금액. /자료=한나라당 진영 의원실


동·서독간의 경제협력(지원)은 어땠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서독은 동독에 경제적 지원을 할 때, 현금이 아닌 ‘현물지원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했다. 현금이 지원되는 경우, 무기 등 전략물자 구입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지원은 동독에 갇혀있는 정치범 등 사상범의 인권 개선으로만 그 용도를 제한했다. 또한 서독은 동독이 자국의 투자자 자산을 임의대로 동결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두었다. 예컨대 서독은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동독이 아닌 서독 영내에 공장을 지었다. 그런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개성이 아닌 DMZ 구역에 공단을 조성하고, 남측에 공장을 북측에 북한노동자의 숙소를 지었다면 자산동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칼자루를 북측에 줌으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투자만 하고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2. 여전히 교정되지 않는 북한을 보는 눈: 개성공단 중단 비판에 대한 반(反)비판 

야권은 일사분란하게 개성공단 중단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전(前) 대표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박근혜 정권 최악의 잘못”이라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를 제재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어떤 정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운영된다는 신뢰를 국제사회에 심어줘야 한다. 그것이 남북 간의 합의고 약속이었다”고 지적했다.3)

그의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을 지속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는 것이며 이것이 또한 남북 간의 합의고 약속이다”로 집약된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 간 합의와 약속이 지켜질 때만 유효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파기 원인을 제공한 만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당연한 ‘자위조치’이다. 북한을 제제할 마땅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은 현실에서 개성공단 중단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실효적 전략’이 아닐 수 없으며, 또한 필요한 조치를 적기(適期)에 취해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는 길이다. 문재인의  의식 시계(時計)는 과거 참여정부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인식세계에 비춰볼 때 그는 미래의 지도자로 적합지 않다. 

야권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점차 반대논리가 ‘진영논리’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권은희의원(국민의 당, 광주 광산을)은 11일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 전체를 안보 프레임으로 몰아넣으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라는 보도자료를 냈다.4) 그녀는 2가지의 결정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녀에게 아직도 안보이슈로 선거를 치르는가를 묻고 싶다. 안보이슈가 ‘선거 호재’인 시절은 이미 지났다. 그리고 꼼수는 ‘얕은 수’로 일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꼼수가 되려면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앞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도록 무엇인가를 획책했어야 한다. 그들은 ‘예정된 길’을 가는 중이다. 꼼수 운운은 논리부재 상황에서 자신에게 던지는 독백이 아닐 수 없다.5) 권은회가 꼼수를 부린 것이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정기섭의 발언도 진영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맹목적인 보수 쪽 사람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오버(over)한 것이다. 만약 김정은의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선거와 떨어진 시점이었고 그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이었다면, 그는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을까, 궁금해진다. 

민주사회에서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는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만큼 자기교정이 불가능한 사회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20년을 속았다면 이제는 현실을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비판하는 정체세력에게, “그렇게 퍼주고도 앞으로 더 퍼주겠다”는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3. 개성공단 입주기업 진상 및 피해보상 위원회: ‘세월호’의 재현인가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정기섭은 12일 “더민주, 국민의 당 및 정의당” 야권 3당을 긴급 면담하고 ‘개성공단 중단 관련 보상 및 피해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그리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는지 국회가 철저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야권 3당은 “진상조사위·특별법 제정·범정부대책기구”를 추진할 뜻을 비쳤다.6)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인 입장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날벼락일 수 있다. 심정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상 조사위, 특별별 제정 및 범정부대책기구 구성”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세월호를 획책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진상·피해조사 위원회’는 당연해 보이지만 천착하면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위원회를 꾸리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개성공단이 어떻게 조성되었고 개성공단이라는 도관을 통해 북한 체제에 얼마만큼의 돈이 흘러 들어갔는지, 남북 경협이라는 명분하에 입주업체에게 어떤 혜택이 주어졌는지, 지원받은 경협자금 등이 소정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집행 됐는지, 그동안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투명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게 ‘피해 규모’를 산정하게하고 피해액에 대한 정밀한 실사를 통해 보상할 것이 있으면 합리적 기준에 의거 보상해야 한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의 적법성 여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 23조 2항”을 원용하면 된다. 제 23조 2항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7)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에 대해 논의 하고자 한다. 박주선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현재 개성공단에 자리 잡은 사업체는 총 123개이다. <표-2>는 2005년도에 입주한 사업체의 사업체명과 주요 생산제품을 정리한 것이다. <표-3>은 개성공단에 입주(진입)한 사업체 수를 연도별로 정리한 것이다. 2005년을 시점(始點)으로 2006년 12개 업체, 2007년 35개 업체, 2008~2009년 52개 업체,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4개와 2개 업체가 입주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생산한 주요 제품은 “섬유, 봉제, 신발, 전자, 전기, 주방 경공업제품” 등 노동집약적 재화가 주종을 이룬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 <표-2> 2005년 입주업체 현황, 회사명 및 주요생산제품. /자료: 박주선의원실


   
▲ <표-3> 개성공단 연도별 입주 사업체 수 추이. /자료: 박주선의원실


<표-4>는 2006년 통일부 제출 국회감사 자료이다. 통일부는 남북경협기금 대출기업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기업명을 빼고 제출했다. <표-4>에 기재된 자산규모는 본사 자산규모가 아니라 본사가 출자한 개성공단 내 사업체 자산이다.8) 따라서 자산은 설비기계와 원자재가 전부이다. 공단건설과 전력공급 등 인프라는 대한민국 정부가 투자했기 때문이다. 경협기금대출은 해당 사업체의 자산에 연계되어 있을 것이다. 이때 경협자금은 낮은 금리에 장기간에 걸친 ‘거치 및 분할 상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경협자금 대출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유리하다. 따라서 경협자금을 더 많이 대출 받으려 자산규모를 부풀려 통일부에 신고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회사이름을 ‘공란’으로 처리할 이유가 없다. 의심을 하려해서가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실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표-4> 2006년 통일부 제출 국회감사자료


추가적인 의문점이 제기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재화는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가하는 점이다. ‘보세구역’처럼 100%수출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상당정도 “내수로 흘러 들어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싼 인건비로 생산한 제품을 국내(내수)에 비싸게 팔아 ‘비정상적인 이윤’을 얻어왔다는 것이 된다. 뒤집어 보면,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인해 국내의 많은 영세업체들이 죽어나갔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다.  

입주업체협의회는 이번 개성공단 중단으로 모든 것을 북쪽에 놓고 빈손으로 내려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랬다. 통상적으로 국가 간의 경제협력에서는 투자협정서 등을 통해 자산몰수 내지 동결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명문화하고 있다, 남북 협력도 국가 간의 협력은 아니지만 이에 상응하는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 따라서 2003년 개성공단 남북 합의 때, 개성공단 중단 시 투자자산의 귀속, 즉 투자자산 보장에 관한 합의문서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는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사지(死地)로 몰은 것과 다름없다. 설령 북한과 완벽한 투자보호 합의문을 체결했다손 치더라도, 북한이 이를 폐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결국은 돈을 댄 사람이 작업장을 상대편 진영에 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투자자의 자산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완벽하게 취하지 않았고 못했다는 점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엄밀한 의미에서 ‘배임’을 저지른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자산몰수 내지 동결에 대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 중 한국수출입은행의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76곳이다. 공단이 문을 닫으면 보험에 든 회사는 피해 금액의 90%까지(최대 70억 원)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48개사는 ‘경협보험’을 들지 않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한다.9) 보험금 지급에 최소 3개월이 걸리고 영세업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경협보험에 들지 않았다는 변(辨)이다. 그럼에도 이는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보험에 들지 않고 사고를 낸 뒤, 국가더러 사고를 책임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표-5>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협보험 가입현황. /자료=한국수출입은행


입주업체는 ‘까다로운 지급 절차’를 문제 삼는다. 보험금 지급 심사는 공장 가동이 1개월 이상 멈췄을 때 기업들의 신청에 의해 절차가 시작되고, 이후 재무제표 검증, 피해액 산정 등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체 입장에선 보험금이 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경협보험은 정치적인 이유 등의 돌발적인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보험금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보험 미가업의 방어논리가 될 수 없다. 

보험료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료는 투자액의 0.4~0.5% 정도다. 100억 원을 투자했다면 5000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영세업체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매년 꾸준히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내지 않는 그리고 부담이 되지 않는” 보험료는 없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시설투자금만 보험대상’이어서 영업 손실 등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영업 손실’을 보전해 주는 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 손실을 보험으로 헤지 (hedge)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기업가가 아니다.

우방이든 적국이든, 경제교류는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들이 하는 것이다. 모두 자기 책임의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립된 예측불허의 국가로 낙인찍힌 지 오래이다. 따라서 북한의 돌출적인 행위로 인한 자산몰수의 개연성에 대해 개인도 나름의 자구책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경협보험’인 것이다. 개성공단 리스크는 입주기업의 생산시설이 북의 군사적 볼모가 되는 상황을 말한다. 124개 기업 중 48개 기업이나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개성공단이 가진 ‘리스크’에 눈을 감아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면 개성공단에서의 생산을 ‘땅 짚고 헤엄치는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

   
▲ 개성공단은 순진한(innocent) 발상에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더해진 최악의 오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정일 김정은 북한정권, '적'을 이롭게 한 것이다./사진=연합뉴스
 


4. 에필로그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옳은 결정이다. 북한이 그동안 수 없이 도발을 해도 개성공단이 유지되니, 개성공단은 오히려 한국이 더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북한이 착각 했을 수도 있다. 개성공단은 그 실상이 가려지면서 기득권화됐고 그만큼 타성화 됐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그대로 유지하면 북핵 제재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담보할 수 없다. 북한 같은 원초적 독재·폭력 국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밖에 없다. 대화창구로서의 개성공단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평화는 대화가 아닌 힘의 압도적 우위에서 나온다. 이는 인류 역사의 엄중한 사실이다.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만큼 입주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든 이 같은 피해를 지렛대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세월호 사건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진상조사위·특별법 제정·범정부대책기구” 추진은 결코 추동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진영논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 소득을 얻으려 한다면, 이 역시 엄중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만큼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예상되는 피해보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협보험금과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남북협력기금 등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실상도 공개돼야한다. 공식 집계된 것만 정부와 민간에서 1조190억 원을 투입했는데도 그 구체적인 사항은 베일에 쌓여있다. 진출 기업들의 수익성은 어땠는지, 정부의 금융지원이나, 북한 정권에 지급된 비용에 대해 국민은 아직도 내역을 알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국민적 감시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이제 밝힐 것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입주기업들의 생산·판매는 물론이고, 급여와 부대비용 등 대북 지출의 회사별 실태를 명확하게 공지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개성공단 문제는 이미 국제정치적으로 쟁점화 되었다. 미국 하원은, 북한을 정조준 첫 대북제재법안을 2월 13일 처리 했다.10) 하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상원 통과(2월10일) 이틀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처리 절차'(suspension of rules)에 따라 동 법안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대북제재 법안은 강력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11)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재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재량권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행정부가 대북제재에 계속 미온적이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등을 직접 타깃하는 입법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개성공단은 순진한(innocent) 발상에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더해진 최악의 오판이었다.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 것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최소한의 적절한 자위조치이다. 진영논리에 기초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세력은 필패할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는 엄정한 기준에 의거 보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개성공단 운영의 실상도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1)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공유된 정보’(common knowledge)이다. “내가 알고, 네가 알고, 네가 안다는 것을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것을 내가 안다는 사실을 네가 알 때”, 공유된 정보라 한다.

2)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일방적 퍼주기식 대북지원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그들은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대북 식량과 원자재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면피용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은 차관 상환에 대해 관심도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북한 정권은 “북핵은 민족공동의 보검”이라고 주장하며 “핵 보유로 한반도를 지켜주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대남선전을 하고 있다. 차관계약은 결과적으로 퍼주기를 ‘정당화’시킨 꼴 밖에 되지 않는다.

3)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21254048&intype=1

4) http://news.donga.com/List/3/00/20160211/76396818/1  그녀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와 관련해 "한반도의 불안 정서를 극대화하고, 입주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불안정서 극대화 운운은 문재인과 판박이 사고가 아닐 수 없다.

5)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그녀의 발언은 그녀의 의식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6) http://m.news.naver.com/read.nhn?oid=079&aid=0002798310&sid1=100&mode=LSD

7) ③항은 “대통령은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하여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대한 법리적 해석은 또 다른 논의를 필요로 할 수 있다. 

8)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사업장개념의 출자회사다.

9)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21250811&intype=1

1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2/13/0200000000AKR20160213001851071.HTML

11) 대북제재의 내용은 역대 최강이자 가장 포괄적이다.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으로,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치품 제재를 비롯한 북한 정권의 지도층 문제 ▲인권 문제 ▲자금세탁·위폐제작·마약 밀거래를 비롯한 각종 불법행위 ▲사이버 안보 등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망라된 거의 모든 대북제재를 포괄하고 있다.
[조동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