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기득권 노리는 여야 '정치적 담합'은 '범죄' 마찬가지

사상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4월 13일 치뤄지는 20대 총선을 54일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라 편법 선거운동 논란에 이는가 하면 줄소송 우려마저 현실화 되고 있다.

여야는 한술 더 떠 공천룰 싸움으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사보다 잿밥에만 신경을 쓰는 꼴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신경전에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가세하면서 친박·비박 계파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우선추천제에 반발한 김무성 대표는 ‘공관위 해체론’까지 언급했다. 김 대표는 당론을 언급하며 “정치생명을 걸고서라도 용압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18일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관위에 간여하지 말라”며 김 대표에게 주문했고 김 대표는 자리를 차고 나가는 불편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새누리당의 공천룰 신경전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비박은 현역 유지, 친박은 교체 선호로 대별된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우선추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그만큼 현역 의원 교체 폭이 커지고 공천 단계에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를 노리는 비박계로서 달갑지 않다. 친박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추진 동력을 위해서는 신진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을 꿈꾸는 세다툼이다. 

   
▲ 사상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4월 13일 치뤄지는 20대 총선을 54일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라 편법 선거운동 논란에 이는가 하면 줄소송 우려마저 현실화 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당내 공천룰 전쟁보다 선거구 획정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영입인사들에게 공짜티켓은 없다는 취지로 “특혜를 줄 수 없으니 지역구 경선에서 살아 돌아오라”고 주문했다. 영입인사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물들로 대부분 당초 비례대표 또는 전략공천 대상자로 분류 됐었다.
 
더민주 영입인사들은 정치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하다. 이들은 김종인 대표의 주문에 “총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출마지역도 정해진 게 없다”며 “무작정 거리로 나서 명함이라도 돌리라는 거냐”며 불평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 입장은 “정략공천을 할 경우 이미 선거 운동을 해 온 예비 후보들의 반발이 뻔하다”며 김종인 대표의 고뇌를 에둘러 지원했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으로 이적한 현역의원들의 빈자리에 새로운 영입인사들을 전진 배치한다는 복안이다.

속셈은 국민의당과 일전을 치러야 하는 전통 강세지역인 광주에서 공천바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입인사 대부분이 정치초년병이라는  점과 당초 문재인 전 대표와의 ‘약속’에 대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쉽지 많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링도 모른 채 선수부터 차출하고 그 선수들에게 원치 않는 싸움을 강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을 선거구 획정 ‘처리 시한’으로 설정했다. 이미 선거구 무법상태인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6월 선거구를 선거 1년 전까지 확정하되, 이번에 한해 5개월 전 확정이라는 부칙을 두었으나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 입법 기관 스스로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진짜 속셈은 뭘까?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신인보다는 현역이 유리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가지고 벌이는 또 다른 ‘갑질’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아야 할 인물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정치신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빌미로 온갖 민생법안과 안보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국회가 국민의 한쪽 눈을 가리려 하고 있다. 여야 모두 당장 룰전쟁에서 벗어나 선거구 획정부터 즉각 처리해야 한다. 현역이라는 기득권을 노리는 여야 의원들이 정치적 잇속을 위해 암묵적 담합을 하는 ‘범죄’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