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인 투자 자유, 규제 해제…인센티브 살리는 ‘자유화’가 답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저성장’ 절벽…일본 따라가는 한국

한국경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저(低)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경제현상이 뚜렷해졌다. 외양에 이어 실속도 없다.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에 범용 제품 부문을 추월당한 가운데 일본의 하이엔드 제조 기술력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한국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기업 재고율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교육의 저열화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공교육 폐단과 교육 혁신 실패와 맞물려 인적 자본이 비생산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하락에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가 겹친 한국경제는 장기 불황이 시작된 20년 전 일본경제와 빼닮은 모습이다. 금리 및 부동산 가격 추이, 명목 경제성장률 및 총인구 증가율 추이 등 여러 방면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고 있다.

일본은 1997년 이후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내하며 돈을 풀어댔다.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로 재정을 풀었지만 망가진 성장 체계를 복원하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구조개혁과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추락한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정부가 통화, 재정 부양책만으로 사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한국경제에 과거 저성장으로 여겨지던 연 3% 성장은 이젠 ‘깜짝 실적’으로 언급된다.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내수 살리기도 요원하다. 기업의 성장 하락세를 되돌릴 만한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부터 2만 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소득 관련,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를 고점으로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줄어들 것을 전망했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줄어든 적이 없었다.

   
▲ 승승장구하던 아베노믹스는 한계를 맞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 및 침체, 국제원유가격 폭락과 중동 및 러시아 등 산유국의 재정위기, 글로벌 공급과잉의 덫에 걸려 비틀거리고 있다. 아베와 구로다 총재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물가와 성장률 모두 오르지 않고 있다. 엔화는 오히려 강세로 돌아섰다./사진=연합뉴스


저성장 경기위축…결과와 원인을 직시해야

이제껏 언급한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고령화, 내수 위축, 소득 부진 등은 경제 현상이다. 결과로서의 지표인 셈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자유와 인센티브의 실종이다. 현 한국경제의 폐단은 기업자유와 인센티브를 죽이는 제도에 기인한다. 기업경제 전문가인 좌승희 박사는 이와 관련, “자본주의 경제는 바로 역동적인 기업과 기업가들이 이끄는 경제”라며 “이들을 폄하하는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도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라고 통찰한다.

중소기업들은 무조건 1/N로 지원하는 성장역행적인 기업생태계가 만연해 있다.1) 기업의 투자 영역과 경영 판단에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의 변모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꿈도 못 꿀 이야기다. 대기업 및 수도권 규제 등 규모별 지역별로 산업별로 온갖 형태의 기업 발목잡기가 상존한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에 걸려있다. 전투적인 기업노조 문화는 여전하고 노사정위원회에 끌려가는 노동정책이 더해져 노동개혁은 공염불, 산으로 간다. 공정거래위원회 감시 하에 기업의 상식적인 경영 선택이 제한된다는 점은 보너스다.

‘30대 재벌’ 운운하던 시절은 갔다. 이제는 10대 그룹이나 5대 재벌이라는 용어만 남았다. 하나 둘 스러져갔고 남아있는 대기업 집단은 1990년대 창출했던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2000년 이후 지난 15년 간 과거 반도체나 이동통신처럼 신산업 성공 사례는 전무했다. 삼성전자 모바일사업의 맹위나 네이버, 아모레퍼시픽의 약진은 (패스트팔로워로서) 기존 제조업 성공모델의 극대화와 내수시장 수출화로 요약될 뿐, 향후 10년 20년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라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8월 27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내 카이스트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통화, 재정 부양책만으로는 사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일자리 창출 주인공은 기업, 기업 자유화가 해답

기업들은 자연스레 고용을 줄여왔다. 각종 규제로 얽혀있는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은 증가할 리 만무하다. 공무원 공기업 등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운용하는 공공인력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경제의 부를 갉아먹는 존재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 실현과 거래비용 최소화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야말로 나라의 부를 좌우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지만 이에 대한 규제와 홀대, 반기업정서는 여전하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니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인프라 수준 향상에 따라 근로자들의 기대치는 올라갔지만 비생산적인 인적 자원에 대한 대우는 여전하고 진짜로 좋아야 할 일자리는 많이 생성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진입계층인 젊은이들은 경제적인 부담에 출산이나 결혼에 목매지 않는다. 일상화된 저소비에 내수 위축과 저물가가 이어진다. 종국에 가서는 결과와 원인을 혼동하여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관료 정치인들의 요설만 난무한다.

일자리 창출의 당사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이를 직시하고 기업에게 전면적인 투자 자유를 허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거의 모든 문제가 여기에 연유한다.2) 기업 간의 치열한 투자․성장 경쟁, 자유화의 시대를 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이대로 끝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한국경제의 위기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에 범용 제품 부문을 추월당한 가운데 일본의 하이엔드 제조 기술력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한국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기업 재고율은 높아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 좌승희.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실사구시적 이념이 경제를 살린다』.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2016.01.27.

2) 좌승희. 『앉은뱅이 한국 경제, 중기천국 좀비정책이 문제다』. 좌승희의 차별화경제. 미디어펜. 20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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