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조건 속 작년 규모 유지 가닥…탈스펙·직무능력 관건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새달부터 주요 대기업의 상반기 대졸 공개 채용이 시작되면서 구직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은 경기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예년보다 인원을 다소 올리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어서 이번 공채 시장 내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 대부분 기업들은 과거 학점, 토익, 해외연수, 대외활동과 자격증 등을 취업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최근엔 기업의 특성과 업무에 부합하고, 창의적이며 소통능력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먼저 올해 삼성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한 1만4000여명의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상반기에 4000~50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새달 중순부터 신입사원 채용 접수를 시작해 오는 4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같이 이번 공채에서도 삼성그룹이 지난 1995년 열린 채용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한 채용제도에 구직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편된 채용제도는 종전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옛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G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늘어났다. 시험 중심의 획일적 채용 방식을 직군별로 다양화하기 위해 직무적합성평가를 새로 도입했다.

종전엔 일정 수준 이상의 학부 성적과 어학 성적만 갖추면 서류전형 없이 누구든 GSAT에 응시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GSAT에 응시할 수 있다.

영업·경영직원직의 경우 지원 시 '직무 에세이'가, 연구개발·기술직과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 이수과목 수와 난이도, 성적 등 전공능력이 요구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500명을 채용한데 이어 올해는 인턴과 신입사원, 경력직 등 총 1만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다만 인턴이나 경력직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관계로 1만명 이상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대졸 공채의 경우 새달 초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 서류 접수에 돌입한다. 다음달 서류 접수 이후 4월 인적성검사(HMAT), 1·2차 면접, 6월 신체검사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자체 채용 프로그램인 'The H' 전형를 운영한다. 인사 담당자가 직접 대학교 등지에 방문해 입사 대상자들을 캐스팅한다. 이들은 3개월간 인성 중심 평가를 받은 뒤 합격하면 정식 입사하게 된다.

인성 평가 과정에는 근교 여행, 봉사 활동, 식사 모임, 선배사원과의 만남 등이 포함되며 학교, 학점, 어학성적 등의 스펙은 평가 항목에서 배제된다.

LG그룹은 올해 대졸 공채 인원을 1만2000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상반기에는 자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2100여명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절차는 주로 '서류-LG 웨이핏 테스트(Way Fit Test·인성검사) 및 적성검사-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인적성 검사는 오는 4월 중순께 실시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전 채용과정의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공인어학성적과 자격증,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입력란,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 입력란을 없앴다. 

공인어학성적과 자격증은 해당 역량이 필요한 직무 지원자에 한해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신입과 경력 사원 등을 포함해 8000여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방침이다. 새달 초부터 대졸 공채 원서 접수에 들어간 뒤 4월 말 필기 전형을 거쳐 5~6월 계열사별 면접을 하고 6월께 합격자를 발표한다.

SK그룹은 2013년부터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통해 탈스펙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할 때 자유 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며 지원 서류에는 이름, 생년월일 등의 최소 정보만 기입한다. 

   
▲ 지난해 하반기 현대차그룹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 연합뉴스

면접은 자기 PR면접과 심층면접이 있으며 2개월간의 인턴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할 시 SK 계열사로 입사하게 된다.

GS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을 위해 지난해 3600여명에 이어 올해는 380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GS그룹은 4월부터 계열사별로 대졸 공채를 진행하며,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1만500명 규모의 신규 채용과 사회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엔 GS칼텍스, GS에너지, GS홈쇼핑 등 계열사의 정규직 채용과 연계된 인턴 프로그램에 따라 고졸 및 대졸 인턴 1000명 중 2~6개월간 근무 이후 최종 합격자로 선발된 인원이 포함된다.

GS리테일은 점포영업 분야에서 68명의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뽑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턴십을 한 뒤 전환면접을 통과한 60~70%가 사원 2급으로 최종 합격하게 된다.

GS그룹도 여타 주요 그룹과 마찬가지로 대졸자 채용에서 '탈스텍'을 추구한다. GS건설은 지원서류에 해외 경험, 병역 여부, 가족관계 등의 기입란을 없앴다.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은 1차 실무진 면접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 등을 가린 채 면접을 진행한다.

두산그룹은 올해 면세점 분야에서 신규 인력 수백명을 확충한다. 면세점 인력 중에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옮기는 직원들도 다수 포함되는 등 계열사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에 최대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별다른 채용 계획이 없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사에서는 올해 상반기 인턴, 하반기 공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올 상반기 대졸 공채를 시작하면서 입사지원서에 학점·어학점수 기재란을 없앴다. 자기소개서 항목을 줄이고 스펙란을 삭제하는 대신 서류접수 단계에서 기초성향 검사를 진행한다. 

다음달 중순까지 입사 지원서를 받으며 채용전형은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신체검사-합격자 발표' 순이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오는 3월 말, 직무적성검사는 4월 초 치러진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냈던 국내 대형 조선 3사도 새달부터 올해 상반기 공채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그룹 차원에서 300명을 채용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원서 접수, 인재선발검사, 임원 및 사장 면접을 통해 대졸 공채를 뽑는다. 이공계의 경우 공학 기초 시험도 거쳐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채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선박 연구와 영업 등을 책임져야 하는 대졸 공채 사원이 2년째 대가 끊길 경우 향후 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용 규모는 100명 이내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대졸자 공채를 통해 인력 충원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직무적합성평가 등을 거쳐 합격자를 가려내며,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보다 경영 여건이 나빠진 점을 감안한다면 100여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경기 불황으로 어렵지만 정부의 청년 고용 활성화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채용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올해도 기업의 특성과 업무에 부합하고, 창의적이며 소통능력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