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시 채무불이행자 증가 우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가계 빚이 급증하며 마침내 1200조원대를 돌파하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지난해 말 가계 부채를 나타내는 통계인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이 1207조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가계 부채가 1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됐을 뿐 공식 수치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 수준의 가계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금융시스템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가계 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가계 부채 증가율은 11.2%(121조7000억원)로 2006년(11.8%)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1분기 2.6%, 2분기 2.9%, 3분기 0.7%로 각각 집계됐다. 가계 부채 1207조원을 우리나라 인구 수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24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가계 부채 증가세는 집단대출의 영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주택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작년보다는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예년 이상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작년 12월(6조9000억원)보다 줄었지만 1월 기준으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을 키우는 것은 금융위기를 촉발할 개연성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경제를 흔든 금융위기도 미국에서 저소득층에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우리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 부채 규모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가계 부채를 늘린 계층은 고신용이나 중신용 등급이 많고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가계 부채가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가 가처분 소득을 줄임으로써 지갑을 닫게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가계 소비의 제약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내수 위축에 영향을 줄수 있다.

이주열 총재가 올해 1월 "가계 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연착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앞으로 집값 하락이나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이 바뀌면 가계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져 금융취약층으로 분류되는 다중채무자를 작년 11월 현재 353만명으로 추정했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158만 가구로 추산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 위축의 우려가 큰 만큼 가계 부채의 질 개선과 더불어 양 조절에 나서야 할 때"라며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 충격이 겹칠 경우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전략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가계 부채가 계속 커지면 소비 여력이 줄고 경기 침체, 일자리 감소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계 부채를 늘리는 부동산 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하기보다 수출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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