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보호막벗고 체질강화와 해외 진출로 승부해야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우리나라는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필두로 해서 유럽연합(EU), 싱가폴, 아세안 국가 등 비교적 경제규모가 작은 경제권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이후 소위 거대 경제권인 EU, 미국과의 FTA 협정을 체결하였다.

동시다발적 FTA추진정책으로 불리는 개방정책은 상대국과의 상호 관세인하 등을 통해 교역환경을 개선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고 다른 한편으론 양국간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양국간 산업협력을 확대하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데 2차 목적이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온 개방정책이 교역 증대와 상대국과의 산업협력측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FTA 체결을 전후하여 양국간 교역이 크게 늘었고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교역이 위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의 관세인하품목을 중심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FTA협상에선 우리 측은 물론 상대측의 반발로 상당 수 품목이 자유화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상대국가가 개도국일 경우 통관이 지연되거나 행정절차가 투명하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의 경우도 농업, 서비스 분야는 물론 일부 제조업은 산업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의 FTA협상에서 개방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30여년 전만해도 금융, 통신, 정유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 해서 외국인은 물론 국내 민간의 참여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들 산업이 외국의 기업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유통업의 경우도 월마트나 까르푸가 국내에 들어올 때 국내 유통업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 유통업체와 경쟁에서 이긴 우리 유통업체들이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정도로 성장했다.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만약 이들 산업이 여전히 개방을 외면하고 국가기간산업으로 남아 정부의 보호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면 우리 경제의 지금 모습은 어떠할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경쟁력이 없다고 해서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기실 그 산업을 죽이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보호막을 벗고 한국판 네슬레나 페덱스의 성장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