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운동권에 3선 이상 중진 대거 물갈이…문희상·유인태 포함
24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하위 컷오프를 지켜 본 더민주 현역의원대부분은 당혹스런 표정이다. 물갈이의 폭도 예상을 뛰어 넘었지만 친노보다는 비주류를 겨냥하리라 예상했던 칼날이 기대치를 벗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류는 물론 비주류 현역의원들은 향후 물갈이 태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만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칼날이 비주류보다는 친노의 목을 베는 부메랑이 됐다. 애초 비노를 쳐낼 것이란 선입견이 팽배했던 터라 정치권은 물론 당내서도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24일 발표된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는 지역구 6명 비례대표 4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지역구 의원은 문희상(경기 의정부갑·5선), 신계륜(서울 성북을·4선), 유인태(서울 도봉을·3선), 노영민(충북 청주 흥덕을·3선), 송호창(경기 의왕과천·초선), 전정희(전북 익산을·초선) 의원이 대상이 됐다. 비례대표로는 김현·백군기·임수경·홍의락 의원이 포함됐다. 공천위는 컷오프 대상자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받아 26일까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컷오프 대상자 10명 중 6명은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된다. 문희상 의원은 5선의 중진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나 맡은 친노 진영의 원로 격이다. 4선인 신계륜 의원은 고 김근태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3선인 유인태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냈다. 역시 3선인 노영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친노의 핵심이다. 비례대표 컷오프 대상자인 김현, 임수경 의원도 친노로 분류된다.

   
▲ 24일 발표된 더민주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는 지역구 6명 비례대표 4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상자는 문희상, 신계륜, 유인태, 노영민, 송호창, 전정희,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이 포함됐다. /사진=더민주 홈페이지

1차 컷오프 명단을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운동권의 몰락이다. 노영민·김현·임수경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노·운동권 출신이다. 문재인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노영민 의원은 의원실에 신용카드결제단말기 갖다 놓고 자신의 시집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켰다. 갑질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현 의원은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논란을 사며 구설에 올랐었다. 하지만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컷오프 결정이 원인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 임수경 의원은 임기 초 한 주점에서 탈북자 출신 대학생에게 욕설과 함께 '변절자'라고 말해 논란의 한복판에 선 바 있다. 

그동안 더민주가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 행태를 버리지 못했다며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어느 정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친노·운동권 문화는 길거리 투쟁과 강경대처에 앞장서며 적대와 극단, 분파적 이익추구로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의회주의를 훼손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종인 대표는 그동안 운동권 문화는 시대정신에 뒤떨어진다며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해 왔다. 

컷오프 당사자들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유인태 의원은 통보 직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 “다 저의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백군기 의원도 “어떻게 평가했는지 모르겠으나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아직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전정희·김현 의원측 관계자는 “공관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곧바로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의락 의원은 탈당 후 대구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들의 의정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문희상·유인태 의원의 경우 19대 국회 임기 동안 총 9건의 법안을 발의하는데 그쳤다. 송호창 의원은 20건을 발의했지만 단 한건도 가결되지 못했다. 김현 의원은 본희의 출석률이 56.3%에 불과해 절반을 겨우 넘겼다.

한편 이삭줍기를 기대했던 국민의당은 더민주 1차 컷오프 현역의원들의 합류에 대해 비관적이다. 이에 따라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17명인 국민의당은 선거보조금 72억 원을 받기 위해서는 3월 28일까지 20명을 채워야 하는 입장이다. 1차 컷오프로 국민의당행이 점쳐지는 의원은 송호창 의원뿐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