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문 녹취록 제보자 'KBS와도 기사 담합' 폭로" 기사를 반박한다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사람이 어떻게 밥을 먹을 수가 있느냐고 누군가가 의혹을 제기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과연 상식적이라고 볼까.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냐고 필자를 타박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필자가 미디어오늘의 <백종문 녹취록 제보자 "KBS와도 기사 담합" 폭로> 기사를 보면서 느낀 소감이 이와 비슷하다. 이 매체가 어떻게든 녹취록에 매달리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언론이라면 최소한 지켜야 할 어떤 수준이란 것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기사는 사람이 어떻게 밥을 먹느냐는 소리와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기사화한 것이나, 보도자료를 뿌린 쪽이 기사화를 부탁하고 또 보도가 됐을 때 잘 봤다고 감사 문자를 보내는 것이나 언론계에선 ‘밥 먹듯’ 하는 일상이다. 대기업 홍보부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사 홍보용으로 여러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열심히 뿌리고 기사화를 부탁한다.

만약 이런 행태가 문제라면 대한민국 언론 전체가 문제라는 말과 똑같다. 모르긴 몰라도 세계 다른 국가들 언론계의 돌아가는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꼬투리 잡은 기사를 보자. 미디어오늘은 그 기사들이 KBS 간부와 폴리뷰가 담합한 증거라는 식으로 썼다. 양측이 기사 내용을 논의했고, KBS 간부는 지속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둘 사이에 뭔가 은밀한 거래라도 오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KBS 간부가 폴리뷰 측에 2014년 3월 26일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라며 미디어오늘이 거론한 내용이란 게 다음의 내용이다. "[기사검토]방송법 개정안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민영 종편을 제외한 공영방송에는 여야합의가 된 것 같은데 여당이 정말 미친 것 같습니다. 방송법에 의한 편성규약으로 만들어진 공방위에서도 노조가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노영방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ㅜㅜ"(2014년 3월 26일 오후 6시 49분)

언론노조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는 미디어오늘의 파쇼

이 문자 메시지대로 다음날인 3월 27일 폴리뷰가 "민주당, 민간방송사에도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 주장"이라는 기사를 썼고, "안그래도 노조가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노영방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문자 메시지 내용과 거의 유사한 멘트가 나왔으며 익명으로 처리됐다는 게 미디어오늘의 기사 내용이다. 실소가 절로 나온다.

폴리뷰는 이미 2월 28일 <'황당한' 새누리당, 공영·민영방송 '노조 뜻대로 하시옵소서'?>, 3월 1일 <황근 교수 "방송법 개정안, 진보좌파의 방송장악용"> 등의 기사로 언론사에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국회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을 반대하고 비판했다. KBS 간부가 보도를 부탁해서라거나 기사를 논의한 결과라거나 하는 것과 상관이 없는 폴리뷰의 소신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KBS 직원이 그런 방송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게 뭐가 잘못됐나. 또 그 의견을 언론사에 밝혔다는 게 뭐가 문제인가. 미디어오늘은 오로지 찬성 의견만 기사화돼야 한다는 파쇼적인 주장을 하는 것인가.

멘트가 유사하다는 것을 무슨 그럴듯한 근거라도 되는 양 내세운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를 만드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노영방송화가 더 심해질 거라는 건 언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된 인식이다. 언론노조 쪽 사람들 생각은 다르겠지만 당시에 그 멘트와 똑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멘트가 익명처리가 됐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다른 문자 메시지도 보자. "[보도협조]KBS논객 이OO PD의 글을 송부하였사오니 널리 보도해주시길 바랍니다. ㅇㅇㅇ 드림" 미디어오늘은 KBS 간부가 이 문자메시지를 2014년 5월 23일 오전 11시 46분에 보냈는데 같은날 폴리뷰가 오후 4시 29분에 이모 피디가 올린 글을 기사로 걸었다고 썼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그럼 언론노조를 비판하는 글은 일체 기사화돼선 안 된다는 게 미디어오늘의 생각인가? 하긴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신문이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MBC 노조원 해고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이 말하는 ‘기사 담합’의 실체

당시 기사는 KBS 직원이 공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었다. 폴리뷰는 공영방송사 안에도 언론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알릴가치가 있다고 보고 보도했던 것이다. KBS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마치 기밀이라도 되는 양 정보전달이니 기사담합이니 운운하는 건 어린아이도 웃을 유치한 얘기다. 반대로 그 글의 내용이 어이없다고 느낀 언론노조원이 프린트라도 해서 외부 다른 사람들에 보여줬다면 그것도 그럼 은밀한 정보전달인가.

폴리뷰가 KBS간부와 담합했다며 그를 대변한 정황 증거랍시고 내놓은 문자 메시지들도 어처구니없긴 마찬가지다. 2013년 10월 27일 오후 7시 5분에 보냈다는 내용은 이렇다. "<열린채널> 관련기사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내용에 대하여는 심의실에서 KBS본부노조에 정정보도를 요청하였고, 홍보실에 방송심의규정을 보내 기자들의 문의에 답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ㅇㅇㅇ 배상."

또 이런 메시지도 공개했다. "열린채널 기사 잘 보았습니다. 심의실에서는 OOO PD에게 경고를 주어 재발방지를 촉구하였습니다. ㅇㅇㅇ 배상."(2013년 11월 1일 오후 2시 9분) / 미디어오늘은 이런 문자메시지들을 근거로 심의실 내부 논의 결과를 알려주는 모습도 "드러났다"고 기사를 썼다. 확인한 이들은 알겠지만 문자메시지에 등장한 열린채널 관련 기사는 시청자제작프로그램 '지리산의 눈물'을 두고 당시에 있었던 논란과 관련한 것이다.

폴리뷰는 “<열린 채널> 게이트키핑? 심의는 당연”이란 제목으로 2013년 10월 26일 보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내용들은 이미 미디어오늘에서 며칠 전인 23일에 보도가 됐던 것들이다. PD저널에도 보도가 됐다. 폴리뷰에 미리 정보를 준 제보자를 굳이 꼽으라면 이런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폴리뷰 기사는 이미 나온 보도 내용들을 기초로 인용했고, 추가 분석을 더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언론계의 상식이 담합이라는 억지

그걸 보고 기사 내용과 관련이 있는 취재원이 잘 봤다, 고맙다, KBS언론노조 주장에 문제가 있어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는 점들을 알려온 것이다. 그게 뭐가 담합이고 정보제공인건가. 미디어오늘은 자기들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통화하고 만나 차를 마시거나 점심이라도 하면서 얘기 듣는 걸 가지고 '담합' 한다고 표현하나.

 정부가 홍보 자료를 뿌리고 그걸 받아쓴 언론사는 그럼 서로 담합한 것이고, '정부를 대변한 정황 증거가 드러난 것'인가.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지적했다고 언론이 떼로 몰려들어 공영방송 심의실장을 공격하는 행태를 폴리뷰가 비판한 게 담합의 증거인가. 그런 황당한 논리는 도대체 어떤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할 뿐이다. 자신들만 정론직필 하는 양심적 언론인 것처럼 굴던 곳들이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이 왜 문제인지 이렇게 장황하게 이해시켜줘야 할 정도로 황당한 기사를 써 갈기고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공개한 다른 문자메시지들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다. "최근 KBS 길환영 사장 퇴진과 관련,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메일로 송부하였습니다. 확인하시고 널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ㅇㅇㅇ 드림."(2014년 5월 18일 오후 5시 10분)/"[보도요청]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방송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를 송부하였사오니 확인바랍니다. ㅇㅇㅇ 드림."(2014년 5월 28일 오전 8시 18분)/ 문자메시지에 해당되는 기사들은 찾아보니 폴리뷰가 2014년 5월 23일 오후 4시 29분에 올린 기사와 2014년 5월 28일 11시 51분에 올린 기사가 해당되는 것 같다.

모두 노조 파업에 비판적인 KBS 직원들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고, KBS 간부는 이 글들을 보도자료로 보도요청을 한 것이다. 언론노조의 정치파업을 비판하는 폴리뷰 입장에서나, 공영방송사 내부 문제가 한쪽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줄기차게 보도돼선 안 된다는 면에서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우파매체가 적은 현실이 담합의 증거인가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가. 미디어오늘이 KBS, MBC, YTN 내부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괜찮고 폴리뷰는 내부 직원들이 보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 따위(글을 폄하하거나 글을 쓴 언론인들을 폄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부탁드린다) 하나라도 보도해선 안 된다는 얘긴가. KBS 심의실장이 좌편향 프로그램을 막느라 혼자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그런 공격이 부당함을 지적하고 그런 매체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폴리뷰 혼자 보도했으니 담합이다? 간부를 대변했다? 남의 언론사 내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언론사가 도대체 몇이나 되나. 소위 진보매체란 곳들은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미디어오늘도 있고, 미디어스, PD저널에다 그 외에도 품앗이 하듯 서로 기사를 내주는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등등 여러 매체가 있다. 하지만 우파매체에서 대한민국 공영방송 내부야말로 이념의 전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언론은 거의 없다. 폴리뷰와 미디어워치만이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것이다. 그런 현실이 담합의 증거인가.

현상윤 PD 건도 마찬가지다. 그가 만들었던 TV비평 시청자데스크는 미디어오늘 기자를 미디어평론가로 둔갑시켜 출연시켰던 기만적인 방송이었다. 또 국정원 보도와 같은 것들을 트집을 잡아 KBS 보도를 공격하는 위주의 편파방송이었다. 그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8명 중 7명으로부터 문제가 있는 방송이라며 제재조치(권고)까지 당했던 프로그램이었다.

 KBS 공영노조위원장이었던 간부는 방송 이틀 후인 24일 '정치PD가 벌인 자학 프로그램 정치 쇼'란 비판 성명을 냈고, 이후 현 PD가 고소하면서 소송이 붙은 일이 있었다. 폴리뷰는 그때 그 성명을 보도 요청을 받아 기사로 썼다. 폴리뷰의 논조에 부합됐던 성명이었고 보도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가. 공영노조 사무실에 가서 게시판 글을 봤다? 그래서 그 이후에 현상윤에 대해 뭔가 대단하고 비밀스런 기사라도 나왔나.

최민희에 침묵한 미디어오늘부터 커넥션 밝혀라

미디어오늘의 기사에는 황당한 자폭같은 내용이 많지만 더 가관은 "이번 폭로는 MBC와 YTN, KBS까지 주요 방송사 간부들이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아군'으로 활용한 정황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쓴 부분이다. 자신들은 언론노조 쪽 주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하다시피 하면서 폴리뷰가 반대쪽 목소리를 기사화하는 건 안 된다는 뜻인가.

최민희 의원이 MBC 세월호 보도를 이유로 뉴스데스크를 공격하기 위해 MBC 기밀인 보도국 보도정보 시스템 캡처 사진을 그대로 공개했을 때 비판 한마디 안한 주제에, 폴리뷰측이 노조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 보는 게시판 글을 본 걸 무슨 담합이니, 기사를 논의했다느니 심의실장을 대변했다느니 떠들 수가 있나. 미디어오늘은 개그를 할 게 아니라 우선 최 의원과 언론노조, 미디어오늘이야말로 서로 어떤 밀담을 나누었고, 무슨 커넥션을 통해 그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지부터 밝히고 비판을 해도 하기 바란다.

미디어오늘은 본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쓴 기사 내용 중에서 도대체 언론이, 폴리뷰가 다루면 안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부터 밝혀주길 바란다. 폴리뷰의 취재는 통상적인 언론의 취재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뤄졌고 보도한 것뿐이다. 이런 취재와 보도가 문제라면 도대체 미디어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취재활동을 하는지 그것부터 밝혀보라. 설마하니 가만히 있는데 길 가던 강아지가 와서 던져줄 리는 만무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인 것을 아무리 비상식적인 것처럼 포장하고 의혹거리로 만들어도 기사를 보는 독자가 알고, 무엇보다 미디어오늘 소속 기자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폴리뷰는 지금까지 법률 자문을 받아 면밀한 검토를 끝냈다. 모든 근거 자료를 취합했고,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남은 것은 이제 법적으로 명명백백하게 따지고 밝히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이번 녹취록 사건에 대해선 계속적인 취재와 보도로 총체적 진실을 밝혀나가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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