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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방송정책, 가식적 공익논리에서 시장원리로
시청자 이익 명분 내걸고 사업자 이익만 챙겨, 공익성 회복 시급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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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3-12-16 1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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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 교수
지난 12월 5일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미 11월에 국책연구기관에서 주요 내용들에 대한 공청회가 있어서 그런지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었다. 도리어 공청회 이후 모든 사업자들이 앞 다투어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들을 항의하고 사업자간 갈등이 첨예화되어 정책발표가 오락가락했던 것이 더 문제였던 것 같다.

발표된 내용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동안 사업자들이 요구해 온 것들을 모두 다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해왔던 ‘지상파방송 다채널플랫폼(MMS)’, 케이블 TV와 종합편성채널이 요구해왔던 ‘8VSB’, 위성방송이 추진하다 중단되었던 ‘DCS’ 송출방식 등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KBS가 요구해왔던 수신료인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를 당장 실행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반대로 ‘8VSB’는 중소개별PP를 죽이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솔직히 언제부터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소PP들을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했었는지 뜨악한 일이다. 한편 케이블 TV을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MMS가 유료방송의 광고를 ‘싹쓸이(?)해 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이전투구의 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모든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는 시청자 주권과 방송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공익적 요구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들은 모두 시청자 이익에 반하는 것이고 방송 다양성 같은 공익성을 위축·말살 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방송정책에서 항상 앞세우고 있는 공익이 얼마나 애매모호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인가를 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종합계획안을 보면, 솔직히 시청자들이 원하고 시청자 이익과 관련된 정책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이번에 발표된 정책들은 시청자 이익이라는 공익을 명분으로 내걸고 사업자들의 이익만 챙기는 반공익적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흔히들 방송하면 공익을 생각하고, 방송영역에 시장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의 미디어환경을 보면,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흔히 생각하고 있는 방송의 공익논리는 ‘공익적인 사업자가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소수 지상파방송 독점시대에 걸맞은 흘러간 옛 노래가 아닌가 싶다.
 

지금처럼 수백 개의 채널이 제공되고 다양한 방송 매체들이 경쟁하는 디지털다채널 시대에 공익은 시장에서 소비자 아니 시청자들의 실질적 선택행위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 맞다. 즉, 공익적 사업자가 제공해야만 공익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권위주의적 방송공익개념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다수의 선택이 심각하게 반공익적일 위험성은 소수 독점사업자의 실패보다 높지 않은 법이다. 도리어 시청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원리가 시청자 주권을 실현하는데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화된 매체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공익이라는 것이 특정 채널에 의해 구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방송뿐 아니라 미디어 정책은 ‘누구에게만 허용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파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후생이 커질 수 있는 정책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사업자들이 요구한 것들을 마치 선심 쓰듯 고루고루 허용하는 정책’으로는 결코 합리적인 시장경쟁은 발생할 수 없다.


이처럼 시장 파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을 양산하게 되면, 사업자간 경쟁은 '제로섬(zero sum game)' 즉, 이전투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더욱 황폐해지고 결국 시청자 후생도 위축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도리어 반시장적이고 반경쟁적인 결과를 유발해 가뜩이나 심한 사업자간 갈등만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현실과 괴리된 사업자들의 사적 이익을 포장하기 위한 명목상의 공익논리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만이 어쩌면 우리 방송의 공익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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