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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화된 언론, 괴담 판치는 위험한 사회 내몬다
천안함·세월호 등 선정성 노골화…황폐화된 여론 다양성 사라져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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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2-26 13: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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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광우병, 천안함 좌초 절단설, JTBC 뉴스9의 세월호 다이빙벨 등 한국사회는 온갖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들로 들끓은 바 있다. 뒤늦게 진실이 확인되거나 법원 판결이 내려져도 당사자의 명예, 국가이미지는 훼손되고 국민들에게는 거짓이 진실인 냥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유언비어를 악용하는 문화풍토, 자극적 기사들을 검증 없이 재생산하는 언론,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뒤늦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법원 때문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는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정국을 지나오며 드러난 한국사회의 미성숙한 민낯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25일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주최한 ‘괴담에 흔들리고 거짓에 관대한 사회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무절제한 언론유사행위들이 지배하면서 한국 언론은 급속히 황폐해지고 있다”며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들의 선정적 폭로성 기사들과 이를 받아쓰는 기존 언론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한국사회를 위험사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황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유언비어 저널리즘(?)의 원인과 개선

1. 인터넷 저널리즘 전성시대

   
▲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미디어 저널리즘 시대’에서 ‘인터넷 저널리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 인터넷 포털은 주류 언론들을 위협하면서 여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각종 언론 관련 조사에서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지 오래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우리나라 사람의 67.1%가 뉴스접촉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영향력도 TV 다음으로 높은 것을 나타났다.

또한 신뢰도도 신문이나 통신사들보다 높고, 지상파방송·종편·보도채널들과 거의 비슷하다. 실제 1인 미디어로 시작한 미국의 Buzzfeed는 기성 언론사들을 압도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의 인터넷 언론은 아직도 기존 매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100만의 넘는 광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1인미디어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향후 1인 인터넷 언론사들도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다분히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SNS을 중심으로 ‘개미떼 언론사’들의 영향도 만만치 않게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인터넷과 SNS가 주도하는 언론 실상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근거가 불투명한 허구성 기사, 정제되지 않은 표현, 편파성을 넘어 아예 정파성을 표방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인터넷 언론들이 창궐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은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사적 통신수단’으로 규정되어 있다. 때문에 전달내용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오프라인 언론사들보다 자유롭게 도리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더구나 진입장벽이 거의 없어 진·출입이 매우 용이해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언론사간판을 걸고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언론의 오래된 병폐인 ‘소방수 혹은 떼거지 저널리즘’을 넘어 무슨 ‘홍반장 저널리즘’ 혹은 ‘떴다 방 저널리즘’처럼 되어 버렸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언론들이 경쟁하면서 많은 병폐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수많은 인터넷 언론매체들이 경쟁하면서 좀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주목받기 위한 ‘선정성’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이른바 ‘낚시성 제목’ 은 이미 일반적 현상이고, 뉴스 가치(news value)도 없는 가십성 연예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정치·사회 같은 뉴스까지도 급격히 선정적으로 변화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둘째, 선정적인 인터넷 언론들의 위력이 커지면서, 기존 언론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정성 경쟁을 벌이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인터넷에서 뉴스 소재를 찾고 인터넷에 떠다니는 것들을 뉴스화하는 ‘찌라시 언론’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TV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세상을 알려면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제는 ‘기사작성하려면 현장에 가지말고 책상에서 인터넷을 뒤져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셋째,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인터넷 뉴스들 상당수가 정파성을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 상업주의’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편적 다수의 독자를 확보할 수 없는 극세분화된 인터넷 언론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정파적 충성심이 강한 소수의 독자’를 포획하는 것이 절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인터넷 언론의 상당수는 강한 정치적 동질감으로 뭉쳐진 구성원들끼리의 ‘자기 확신(self-confidence)의 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광우병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대중의 의식 속에 광우병이라는 위험존재가 처음 각인된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였다. 이는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며 생긴 일이었다. 사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7월 11일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구조적 문제점

이처럼 인터넷에서 무절제한 언론유사행위들이 지배하면서 한국 언론은 급속히 황폐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기존 언론이 상호 공생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70년대 초 Noelle Neumann이 제기했던 무책임한 언론보도와 다수의 여론몰이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이 합해져서 발생하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공명성(consonance)’ ‘누적성(cumulation)’ ‘편재성(ubiquity)’을 가진 언론사들이 지배적 여론을 비추어주면, 사람들은 ‘고립의 공포(fear of isolation)’ 때문에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지배적 여론은 더욱 공고해지는 전체주의적 사회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이나 SNS가 고립의 공포를 대신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매스 미디어들에 의해 생산된 뉴스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더욱 지배적 여론으로 공고해지고 기존 언론들은 이를 다시 받는 식이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뉴스 생산 조차도 인터넷 매체나 SNS들이 장악해나가고 기존 언론들이 받아 보도하는 경우도 늘어나 양자간 역할 교환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 록크나 토마스 제퍼슨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주창했던 ‘자유주의 언론관’은 설 자리가 없다. 즉, 토론과 숙의라는 ‘이상적 발화 상황(idealistic speech situation)’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대신 ‘집단적 여론’ 의 힘으로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비판’과 ‘근거의 수용가능성’이라는 의사소통의 합리성도 소멸시키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언론은 Meyerson의 주장처럼 동질 집단구성원들 간에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는 ‘자료 밀어 넣기(data pushing)’와 ‘접근 신속성’ 원칙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인터넷 언론은 다양성보다 획일적 집단행동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 간의 ‘자기 확신 공간’ 즉, ‘개방형 폐쇄집단’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여론은 ‘다수에 의한 획일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현상이 구조화되어 버렸다. 때문에 이제 시민들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이 상상하는 ‘사려 깊은 시민(informed citizen)’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약한 유권자’이 될 수밖에 없다. Rheingold가 말했던 ‘영리한 군중(smart mob)’이 아니라 ‘그냥 우중(mob)’ 만 있을 뿐이다.

3. 유언비어 저널리즘과 공적 질서의 붕괴

이처럼 왜곡된 언론지형이 지금처럼 유언비어가 지배하는 한국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사회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또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언론과 정치집단들에 의해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국정마비 현상을 반복해오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들의 선정적 폭로성 기사들과 이를 받아쓰는 기존 언론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한국사회를 위험사회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 한미 FTA 광우병, 천안함 좌초 절단설, JTBC 뉴스9의 세월호 다이빙벨 등 한국사회는 온갖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들로 들끓은 바 있다. 뒤늦게 진실이 확인되거나 법원 판결이 내려져도 당사자의 명예, 국가이미지는 훼손되고 국민들에게는 거짓이 진실인 냥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유언비어를 악용하는 문화풍토, 자극적 기사들을 검증 없이 재생산하는 언론,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뒤늦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법원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유언비어란 말 그대로 ‘근거 없이 떠다니는 말’들을 말한다. 때문에 유언비어는 사실과 거짓의 중간 쯤 되어야 하고, 매스미디어가 아닌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루트에 의해서 전파되면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정부의 소통기구나 매스미디어 같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에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지금처럼 정부의 소통의지나 능력이 취약하고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못할 경우에 창궐하게 된다. 실제 천안함 폭침이나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언비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돌아다니면서 더욱 단순해지고 짧아지고 간단해진다(leveling). 보다 적은 단어, 적은 사실로 단순화되면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로 진화하게 된다. 실증 연구에 의하면 70%의 내용이 5-6번 전달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세월호 인명구조에 대해 구조작업의 어려움 같은 문제는 없어지고 ‘정부가 구조작업을 안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만 남는 것과 같다.

둘째, 큰 문맥에서 몇 개의 기이하고 주의를 끄는 단절적 용어들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게 하여 첨예화(sharpening)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숫자/시간/동작/크기/상징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세월호 관련 많은 내용들이 소멸되고 ‘다이빙 벨’과 ‘류병언 엽기 행각’만 기억되는 것과 같다.

셋째,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습관, 관심, 감정과 특정 사건들을 연계시키는 동화(assimilation) 현상이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기대/동기부여/편견/관심 등과의 연계가 있다. 모든 국가 행위들을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보상이라는 데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찌되었든 지금처럼 무책임한 유언비어 저널리즘이 활개 치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유언비어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소통의지와 능력부족 그리고 잘못된 저널리즘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실제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지금 우리나라의 공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아래처럼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여론에 공적 기구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결정들도 그렇고 외부 어떤 영향으로부터 독립되어있어야 할 법원까지도 그런 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의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여론이 정파성과 상업성에 의해 왜곡된 유언비어라면 그것은 올바른 민주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가 극단적으로 ‘이념 지형화’ 되어 버렸고, 인터넷과 SNS공간을 정파성을 가진 집단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정부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유언비어를 마구잡이로 양산해내는 인터넷 공간을 정상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과 유언비어를 생산 분배하는 것을 위한 기존 언론사들의 책임윤리 의식 제고와 전문성 제고를 통한 뉴스 품질향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정부의 소통의지와 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만이 유언비어의 창궐을 예방하는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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