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강화 이재용-최태원과 대조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각각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고자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2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 130만5000주와 302억원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300만주를 취득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요구에 응답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이 부회장이 이중 일부를 사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0.7% 포인트 상승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말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보유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자금은 삼성SDS 주식을 일부 매각해 조성했으나 현재 추가로 SDS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3월 18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SK㈜를 비롯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SK㈜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및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 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사안을 사전 심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 회장은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뒤 같은 해 3월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사면복권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에 비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은 현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현대상선 팀장 이상 간부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26일 전체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일에서 "저를 비롯한 현대상선 임원, 팀장 등 간부급 사원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현재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거취와 처우 일체를 이사회에 맡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결산결과 매출액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고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자본금 비율이 36.8%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청산 내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현 회장은 사재까지 털어 현대상선 정면 지원을 선택했다.

한진해운 역시 3월 1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4억5000만주에서 6억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도 낮추겠다는 의미다.

또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한진해운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을 전액 인수키로 결정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으로부터 2200억원을 빌릴 때 제공했던 런던사옥·자기주식·상표권 등 담보도 해지됐다. 한진해운은 담보가 해지된 물건으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삭감, 채무 재조정 등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및 현대상선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을 비롯한 다른 자구안도 속속 실행하면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현대상선은 1985년 현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 일군 신한해운과 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워온 회사다. 현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회장도 생전 현대상선에 공을 들였다.

현영원 회장은 1964년 신한해운을 창업해 독자적으로 경영하다가 1984년 해운합리화 조치로 현대상선에 합병되면서 현대상선 경영에도 참여했다. 현영원 회장은 1995년까지 현대상선의 회장직에서 당시 오너 경영자인 정몽헌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켰다. 현 회장의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또 현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그룹 지배구조에서 중간 연결고리인 현대상선이 무너지면 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도 흔들린다는 점에서 현대상선을 꼭 살려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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