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우려 확대 속 국민투표 전까지 금융시장 불안 지속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암운이 파운드화의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해외 자금유입이 둔화되면서 파운드화 약세압력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파운드화의 약세는 금융시장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국가로서 파운드화 약세 압력을 자본유입으로 해소하고 있다.

   
▲ 영국의 EU 탈퇴 억제를 위한 합의안이 EU정상회담에서 만장일치로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로 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 금융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미디어펜

브렉시트 우려가 길어지면 파운드화 절하가 영국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리스크 프리미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파운드화 약세심화의 악순환이 예고된다.

실제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화가 G10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월29일까지 -3.3%를 기록했다. 지난 2월1일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1월말과 견줘 4.3% 절하됐다.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가 오는 6월23일 시행키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 24일 1.40달러를 하회하는 등 2009년 7월 이후 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여부는 EU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이달 정상회의 합의도출 시 6월 국민투표 수순을 밟는다.  3월 정상회의 합의 도출때는 9월이나 10월 국민투표를 예상할 수 있다.

브렉시트 우려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 1975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의가 지난해 11월 캐머런(Cameron) 영국 총리가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재점화됐다.

구체적으로 △이민자 복지혜택 제한 △비유로존 국가의 경쟁력 확보 △지배구조 △자주권 확대 등 네가지다.

영국의 EU 탈퇴 억제를 위한 이 합의안이 EU 정상회담에서 만장일치로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 내 '특별한 지위' 획득을 강조하며 EU내 잔류 지지를 촉구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이번 합의안은 광범위하게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당초 약속에 못미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이주민복지 혜택에 대해 '긴급중단(emergency brake)' 조치를 허용했으나 이주민 유입 제한 규정이 결여돼 복지혜택 제한은 새로운 이주자에 국한됐음을 지적했다. 또한 영국이 긴급중단을 통해 EU에 이의 제기할 수 있지만 EU법이 여전히 상위법으로서 영국에게 거부권이 없고 영구 금융권에 대한 EU 감독을 제한하는 문구가 배제됐다.

EU 통합강화에 대한 선택적 적용(Opt-out) 권한의 확대 여부도 법률 해석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추후 브렉시트 찬반 논쟁에서 논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다분하다.

영국은 이주민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돼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민 노동공급과 저렴한 노동비용 등으로 이주민이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이주민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부담,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심화 등은 부작용이 상당하다.

2014년 63만명의 이주민이 유입돼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이주민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지난해 2분기에는 35만명의 이주민이 영국으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EU 이주민은 18만명으로 추산된다. 영국으로의 이주민은 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주민 유입으로 복지지출 증가 등 영국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U 이민자 중 첫 해부터 복지혜택을 신청하는 비중은 43% 이상으로 증가했다.

EU의 거주자 기준을 충족하는 구직자에게 72.4 파운드(1인/1주) 지급하는데 비해 근로 이민지가 내는 세금은 이민자에게 지급되는 혜택의 2.3%에 불과하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영국민들은 고용시장에서 이주민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실제 지난 10년간 신규일자리 중 대부분을 동유럽 이민자들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 타결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과 만일의 하나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을 경우 영국이나 EU모두 상당한 충격파가 뒤따른다.

영국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이다. EU는 영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2014년 기준 영국의 대 EU 수출비중은 45%로서 미국(18%), 중국(3.5%)에 비해 매우 높다. EU의 대 영국 수출비중은 14%다. 특히 영국의 대 아일랜드(GDP의 10.9%), 대 벨기에(4.2%), 대 네덜란드(4.0%) 수출비중이 유로지역(1.57%)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영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2014년 GDP의 5%로서 주로 대 EU 무역거래에서 발생했다. 경제회복에 따른 수입효과도 크지만 EU의 내수부진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의 대 EU 경상수지 적자 폭은 2014년 기준으로 GDP의 6%로 확대됐다.

김 연구위원은 "EU 탈퇴시 영국은 EU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의 체결이 중요하다"면서 "EU 회원국인 현재에 비해 입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시에트제네럴(Societe Generale)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GDP는 매년 1.1%, 유럽은 0.125%에서 0.25%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U탈퇴에 따른 새로운 비관세장벽과 규제 등으로 단기내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 영국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금융기관 이전 등으로 국제금융중심지의 위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FT에 따르면 HSBC는 작년 4분기 13억달러 순손실, 스탠다드차타드는 15억 달러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나 영국의 EU 탈퇴 우려도 작용했다.

HSBC가 브렉시트 현실화때 은행업무의 일부를 프랑스로 이전할 뜻을 밝히는 등 많은 영국 소재 금융기관이 해외로 업무이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돈맥경화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직접투자의 순유입으로 영국의 금융계정은 흑자를 보이고 있다. 반면 브렉시트시 외국인직접투자가 매년 GDP의 33%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찬반 여론이 팽팽해 브렉시트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국민투표 이전에 외국인직접투자의 순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인 YouGov에 따르면, EU 탈퇴 지지 38%, 이민 및 난민 증가, 파리 테러 등으로 영국민의 불만이 고조돼 나타난 결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CBI의 조사결과를 보면, 브렉시트가 EU로부터의 외국인직접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2%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영국의 EU 잔류 지지가 압도적이지 못해 오는 6월 국민투표 전까지 수시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EU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수준인 1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제괴되고 있다. EU 금융불안과 회원국간 관계 재정립, 무역거래 감소 등으로 유로화 동반 절하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와 달러 추가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EU 탈퇴시 하나의 유럽으로 통합하려는 EU의 계획이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로존 해체나 유럽연합 붕괴 우려가 재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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