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없는 성남사랑상품권…과거 촌락공동체 사고방식에 불과
   
▲ 현승효 충북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성남사랑상품권 가격은 왜 떨어졌을까

성남시가 지난 1월 20일부터 '청년배당’으로 12만 5000원에 해당하는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성남사랑상품권은 성남 지역 내 특정 소규모 소매점,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음식점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주가 은행에 상품권을 가지고 가면, 현금으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올해는 한 사람당 50만 원씩 지급하는데 그 중 3개월분이 우선적으로 집행된 것이다. 성남시에 3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하고 있는 만 19~24세 청년 1만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면서, 취업난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들의 취업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물론 나는 성남에 살고 있지 않고, 내 돈이 아니므로 왈가왈부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시장(市張)은 그 어떤 것에도 더듬이를 세우고 반응한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 상품권을 3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성남시가 지급한 상품권이 깡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인터넷 중고거래 시장의 한 판매자는 “성남시의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쓸 수 있는 곳이 너무 적다”면서 “상품권을 받으면 바로 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성남사랑상품권은 올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분당신문에 따르면 이 상품권은 성남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성남사랑상품권 활성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만들어 지난 2006년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현재 약 110억 원의 기금으로 액면가 1만 원권과 5000원권 등 100억 원 상품권을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발행하고 있다. 이렇게 발행한 상품권은 위탁 판매에 따라 농협중앙회 성남시지부와 시청 및 구청 출장소 및 일반농협 등을 통해 1인당 1회 10만 원, 월 50만 원까지 구입할 수 있다.

   
▲ 성남은 인구 100만에 가까운 도시이고, 분당선이라는 지하철까지 있어 서울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의 행정이 과거 농촌 촌락공동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사진=연합뉴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1년에 몇 건 올라오지 않던 이 상품권 중고 거래 게시물이, '청년배당’이 시작되자마자 급증했다고 한다. 성남시는 문제가 되자 할인 판매 글이 올라온 인터넷 사이트 운영진에게 관련 게시물 삭제와 금지어 등록을 요청했고, 그 사이트는 요청을 받아들인 모양이다.

물론 그런다고 상품권 거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이트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오히려 나쁜 것은 상품권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해리 코즈(Ronald Harry Coase)가 가르쳤듯이, 사람은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외부효과로 인해 초래되는 비효율성을 시장에서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12만 5000원 분량의 상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효용이 8만 원이라고 하자. 다른 어떤 사람은 상품권에 대해 느끼는 효용이 11만 원이지만 상품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이 10만 원에 상품권을 거래한다면, 상품권을 판 사람은 8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효용이 늘어서 좋고, 상품권을 산 사람은 10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효용이 늘어서 좋다. 성남시가 상품권이 거래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청년들의 효용이 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쩌면 성남시는 청년들의 역량 강화에 별로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그럼 현금으로 줄까? 상품권은 어찌됐던 성남골목 상인들에게 사용된단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다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의 본질은 성남시에 살고 있는 '득표에 도움이 되는’ 소상인들에게 지원해 주는 방편인 것이다.

문제는 성남시 상품권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상품권은 거래가 되는데, 백화점 주변에 가면 상품권을 사고파는 업자들이 있다. 시기와 장소 따라 다르지만, 보통의 백화점 상품권들과 주유 상품권들은 약 6%정도 할인된 가격에 사고 약 3% 할인된 가격에 판다. 상품권 가격이 특히 낮은 것은 제화(製靴) 상품권인데 업자들이 약 40% 할인된 가격에 사고, 약 25% 할인된 가격에 판다. 제화 상품권들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현금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특히 많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제화 회사는 구두 가격에 일정부분 거품을 얹어서 판다는 견해도 있다.

성남사랑상품권의 거래 가격이 낮은 것은 팔려고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성남사랑상품권을 가진 청년들은 이것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성남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이들도 꽤 될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 한 끼라도 함께 하고 싶을 때, 그 장소가 꼭 성남이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성남 지역 소규모 소매점,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음식점 등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남에서 거주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 간에 성남사랑상품권을 두고 느끼는 효용은 차이가 꽤 난다.

분당신문에 따르면, 성남사랑상품권은 평소에 6%, 명절을 앞두고는 10% 할인해 판매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명절 할인이 없어졌다. 재래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온누리상품권은 30만 원까지 가능해 명절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남사랑상품권은 1회 구입한도가 10만 원에 불과해 다음날 추가 구매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이용 실적이 낮은 청년에게는 상품권을 공짜로 주면서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명절 10% 할인은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 행정이냐”고 반문했다.

성남은 인구 100만에 가까운 도시이고, 분당선이라는 지하철까지 있어 서울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의 행정이 과거 농촌 촌락공동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승효 충북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이 글은 자유경제원 ‘청년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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