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노조와 정부, 서울시로부터 삶을 위협받는 택배기사의 눈물

   
▲ 이민정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운영위원
대학동기 A는 과 선배 B와 결혼했다. B는 졸업 후 제약회사영업사원을 하다가 몇 년전부터 택배기사를 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택배단가는 10년 전보다 절반으로 떨어져 하루 150개에서 200개를 배달해도 한 달 수입이 150만원 내외라고 한다. A는 첼로를 배우고 싶어 하는 큰 아들의 처진 어깨와 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B의 뒷모습을 보면 콩나물 1,000원도 아깝단다. 나도 그 마음을 모르겠나.
화물연대파업소식을 듣고 전화기를 들었다. B가 파업에 동참해서 그나마 벌이도 못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일은 계속하고 있는데, B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보다 화물연대 때문에 더 화가 난다는 거다. 전화기를 바짝 대고 이유를 들어보았다.
 

B의 택배차량은 이른바 흰색번호판이다. 2004년 화물연대 파업이후 영세 화물차주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부는 화물차량 증가를 막기 위해 노란색번호판인 사업용 차량 신규 등록을 차단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크게 택배물량이 늘었지만 택배업계는 합법적인 배송차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택배업계는 흰색번호판의 자가용택배차량을 지입형태로 운영해왔다. 올 초, 정부가 운행 중인 자가용택배차량을 영업용으로 허가해주었지만, 신용불량자인 B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택배기사 중 B같은 처지가 30~40%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업계의 배송차량은 부족한 상태이다.
 

거기다 서울시는 하얀 번호판 택배차량을 신고하면 20만원을 포상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준비 중이다. 인권변호사출신 시장과 ‘을’을 위한다는 야당의원이 3분의 2가 넘는 시의회의 합작품이다. 영업용 노란색번호판은 현재 1,500만원을 호가하며 팔리고 있다. 부부에게는 그 만한 돈이 없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도로 위를 달려야한다.
 

   
자가용 택배기사들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자신들을 보호해야 줘야 할 화물연대가 영업용 차장의 증차에 반대하는데다,  서울시와 정부도 진입규제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서울시,화물연대 등 3자간 카르텔로 인해 택배기사들은 생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인데도 화물연대는 정부의 택배 영업용 차량 증차 계획을 계속 반대해왔다. 심지어 감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파라치제도 도입의 뒤에 화물연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택배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켜야할 화물연대가 오히려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도 택배기사들의 한숨을 보태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우체국택배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모두 영업용이 아닌 개인용 차량이다. 필요한 만큼 배송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카파라치제도가 시행되어도 우체국택배차량은 제외된다. 공공기관 차량이기 때문이다. 운송 및 분류작업 도급업체들의 용역비 인상문제가 걸린 민간업체에 비해 전국의 읍․면․동 단위 또는 대형 건문 내에 3천 개의 지점을 가진 우체국은 그런 걱정도 없다. 이런 특혜 속에서 우체국 택배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국토부의 ‘2013년도 국가물류시행계획’에 따르면 물류시장은 성장․확대되지만, 낮은 수익률로 저임금상태가 유지되면서 인력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택배시장의 경쟁에 따른 택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하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종사원 처우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하게 말하면 국가가 택배시장의 인력난과 종사원 처우저하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거대 노조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가로부터 삶을 위협받는 택배기사를 위해 화물연대, 서울시, 우정사업본부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고발하고 싶다. 받아줄려나 모르겠다. /이민정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운영위원, 한국여성유권자서울연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