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통상임금 범위와 법규 손질, 기업 혼란 줄여야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자율적 노사합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기존 노사합의에 반한 지급 요구는 신의칙상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계는 오랜 고심 끝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노사합의와 관행으로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정해져 온 부분을 인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이다. 소급적용을 인정할 경우 재계는 무려 최대 38조원의 추가인건비 부담을 물어야 할 상황이었다.

소급적용을 안하더라도 기업들의 부담은 엄청나다.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대기업들이야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인건비 부담으로 적자로 전환되거나,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판결로 당장 내년 1년간 13조7,509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현대차,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일부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다시짜야 할 판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또다른 문제점은 외국기업의 한국기업 투자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GM은 과도한 인건비를 요구하는 한국GM노조에 질려 생산물량을 축소하고, 중국 등으로 이전중이다. 르노삼성, 대우타타상용차 등도 내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점검해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건비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상승하고, 노조의 제몫찾기 행태가 지속되면 제조업의 한국탈출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노조는 국내외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면 소중한 일자리가 떠난다는 점을 직시해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임금협상을 벌여야 한다.

지금까지 노사는 임금협상에서 임금총액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이해득실을 반영해서 상여금,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까지도 합의해왔다.
이에 기초하여 가산임금 수준을 근로자들이 인식하고 사용자와 합의를 통해 초과근로를 제공한 것을 대법원이 인정함으로써 예상되었던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인한 기업 경영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했다.

   
▲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재계가 적지않은 인건비부담에 시달리게 됐다. 인건비 상승으로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르노삼성 한국GM 등의 탈한국이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나 우려스런 점도 적지않다. 통상임금성 판단기준으로‘1임금 산정기간(1개월)’라는 정기성과 노사합의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향후 산업현장의 임금수준 및 항목 결정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이 초과근로수당 등을 계산하기 위한 도구적 역할을 하는 본질상‘1임금 산정기(1개월)’라는 산정 단위기간의 제한이 필요하다. 이같은 제한이 없다면 계산이 불가능해지고 산정기준으로서의 역할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수준 등을 결정해 온 노사자치 원리가 이제부터는 통상임금 산정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도 향후 노사간 불씨가 될 것이다. 코 앞으로 닥친 내년부터 있을 노사간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에서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여부에 대한 소모적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개념과 그 범위와 관련 노동법령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이에관한 법규와 법령을 고쳐서 기업경영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관련 소송과 분쟁은 개별 기업 사례의 다양성으로 인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분쟁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하루 속히 근로기준법시행령을 개정해 통상임금 범위를‘1임금산정기(1개월)’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것만이 노사간 통상임금성 판단 및 산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관련 분쟁을 예방ㆍ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소모적 소송 제기를 지금부터라도 당장 멈춰야 한다. 이제는 성과ㆍ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과 임금교섭의 선진화에 상생의 자세로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업들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의 노사관계 선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임금 등 노동법제 전반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서도 노사정간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