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전환 땐 세경감 감소로 기부 찬바람 불 것

   
▲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겸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
12월은 기부가 가장 활발한 달이다. 기부가 활발한 사회는 통합과 신뢰수준이 높아  경제발전도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경제약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로 정부와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의 비영리 단체를 들 수 있다. 정부의 경우엔 그 재원은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비영리 단체는 기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 두개 주체들이 똑같은 수준의 복지를 펼 때, 두가지 방법에는 차이가 없는 것일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우선 정부가 수행할 때 그 재원은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세금의 가장 큰 특징은 강제적이라는 것이다. 쉽게 애기하면 강도와 같다. 강도는 흉기로서 돈을 빼앗아가는 것이라면, 세금은 법으로 빼앗아간다. 소득의 일부를 빼앗기는 입장에선 강도나 세금이나 꼭 같다. 강도에게 당한 사람들의 문제는 빼앗긴 돈만이 아니라, 이후의 심리적 후유증이 더 문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려는 유인이 없어져, 적당히 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진다. 이게 세금의 경제적 비용이다. 세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제비용이 매우 높은 정책수단이다.

기부는 자발적이다. 자발적인 행동에는 경제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액수의 세금과 기부액이라 해도, 세금을 통한 복지활동이 훨씬 경제비용이 높은 방법이다. 그래서 자발적 기부가 활발한 사회에선 강제적 세금이 그만큼 낮아지므로, 경제 성장이 더  쉬워진다. 따라서 기부와 세금은 대체재이므로 정책방향도 기부를 더 활성화하도록 해야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기부액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안이 담겨져 있다. 소득세제는 누진구조이므로, 소득이 높을수록 한계적으로 높은 세율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현재 최고세율은 38%이다.

 부자가 기부하면, 기부한만큼 소득이 공제되므로, 38%의 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안처럼 세액공제로 바꿀 경우에는 세금 경감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소득규모에 관계없이 같은 비율의 세액공제를 받기 때문이다.

   
▲ 부자 등 여유있는 계층의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위해선 기부금에 대해 일률적인 세액공제를 하기보다는 기부를 많이 할수록 소득공제를 더 많이 받는 인센티브가 있는 소득공제로 가야 한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사회복지모금공동회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기부행위도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기부로 인한 경감혜택이 줄어들면, 기부액은 줄어든다. 정부에선 이렇게도 주장한다. 현재의 ‘높은 기부와 낮은 세금’에서 개정안의 ‘낮은 기부와 높은 세금’으로 구조변화가 있을뿐, 기부와 세금을 합한 전체액은 같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와 강제적 세금이 주는 경제비용은 엄청나게 차이를 가진다. 두가지 수단을 경제비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높은 기부와 낮은 세금’의 정책방향으로 가야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잘못된 방향이다.

정부 세법개정안의 이면에는 복지재원 확충이란 대선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조달 측면이 있다. 대선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복지는 누가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 필요하다. 복지는 꼭 정부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민간의 자발적인 복지활동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에서 복지를 확대하려고 강제적 세금을 확대하고, 자발적인 기부를 억제하면 두가지 형태의 우를 범하는 꼴이 된다.

기부보다 세금이 우선하는 사회는 통합과 신뢰가 떨어져서 경제성장을 위한 소중한 사회자본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