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60)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평창동 자택으로 '1972년 태극전사' 선배들을 초대, 자신의 환갑잔치(사진)를 열었다.
 
'그라운드의 풍운아' 이회택(67)과 '귀공자' 김정남(70), ‘고독한 승부사' 김호(69), '떴다 떴다' 김재한(66), '아시아의 폭군' 이세연(70) 등 왕년의 스타 22명이 차 감독의 초청에 응했다.
        
   
 
 
'막내'인 차 감독은 지하 식당으로 선배들을 모신 뒤 직접 외투를 걷어 옷걸이에 걸었다. 아들 차두리(33·FC서울)도 아버지를 거들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차 감독은 "막내 차범근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제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말을 건넨 뒤 "197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당시 19세) 저는 대표팀 막내였습니다. 오늘의 차범근이 있는 것은 여기에 계신 선배님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60세에 접어들며 꼭 한 번 선배님들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마련하겠습니다"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차 감독은 술잔이 돌자 "1974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두고 선배들이 내 성격이 너무 순하다며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특별 훈련을 시켜줬다"며 "처음부터 축구를 다시 배우라며 호통을 치는 선배도 있었다. 당시엔 무서웠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막내 시절을 떠올렸다.
 
이회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차범근 감독이라고 해야 하나, 선수라고 해야 하나"라고 말문을 연 뒤 "우
리가 대표팀에 있을 때 막내였던 차 감독이 시간이 흘러 크게 성공한 뒤 이렇게 선배들을 초대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을 보며 차 감독도 어느덧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해왔듯 앞으로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환갑연은 부인 오은미(58)씨와 아들 차두리가 마련했다.
 
차두리는 "내가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께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싶었다"고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