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파·참여연대 등 반시장 시민단체에 흔들리지 말아야
자유경제원은 3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기업구조조정 제대로 하려면’ 토론회를 열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의 남은 과제를 논했다. 발제자로는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나섰으며 패널로는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패널로 참석한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은 규제개혁에 관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실장은 “원샷법을 실천에 옮길 정부 관료들의 규제개혁 의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원샷법 이전에도, 우리 기업의 사업구조개편은 가능했었으나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반복적으로 자료보완을 요구하는가 하면 M&A와는 무관한 사안까지 연계하여 기업결합심사 기한을 연장해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곽 실장은 “참여연대와 같은 반시장적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이 원활한 기업의 사업구조 재편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 실장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예를 들면서 “참여연대가 정치적인 주장을 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 글은 곽은경 실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누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막는가

‘암덩어리’, ‘손톱 및 가시’ ‘단두대에 올리겠다’, ‘모두 물에 빠트려 필요한 것만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도 높게 규제개혁 의지를 피력하며 규제에 대해 발언한 것들이다. 그런데 기업현장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인 규제완화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는 듯하다. 전경련이 2015년 4월 실시한 규제개혁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560개 기업 중 7.8%만이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정부의 정책과 현실에 괴리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관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관료들은 공익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오히려 관료들은 규제강화를 통해 기업을 통제하는 규제지향적 태도를 보인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회사 헤이딜러가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이유로 폐업을 하게 만들었으며, 또 콜버스를 허용하여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은 택시·버스업자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차단하는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든 것이었다.

최근 대표적인 규제완화 법안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활법은 기업들이 그동안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 때문에 부실한 사업을 재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를 한 번에 가능하게 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기활법 역시 규제완화 일선에 있는 정부 관료들이 변하지 않는 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업의 사업재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줄 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기활법 이전에도 현행법만으로도 우리 기업의 사업구조개편은 가능했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반복적으로 자료보완을 요구하는가 하면 M&A와는 무관한 사안까지 연계하여 기업결합심사 기한을 연장해 왔다. 한 예로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하는데 107일이나 걸렸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심사하기 위해 수차례 자료 보정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으며, 결국 기업 결합과 상관없는 납품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와 연계해 결합을 승인했다. 이와 같은 심사지연은 기업경영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규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 CJ헬로비전은 2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안을 가결시켰다./사진=연합뉴스


또 기업의 원활한 경영과 사업재편을 막는 세력으로 참여연대와 같은 반시장적인 시민단체가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KT-CJ헬로비전 M&A가 대표적인 예다. CJ의 경우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위해 미래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는 방송플랫폼의 매각을 원하고 있다. SK도 성장한계가 있는 통신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케이블 시장에 진출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방송의 공공성과 독과점을 이유로 이들 기업의 M&A에 반대하고 있고, 정부는 이들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며 합병심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간의 사업재편은 시장점유율의 급격한 변동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독과점의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특정 기업의 높은 시장점유율 문제는 시장 내에서 기업간 경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만약 SK와 CJ의 합병이 시장 내 독점의 폐해를 가져온다면, 소비자들은 LG나 KT와 같은 다른 경쟁기업을 선택하면 된다. 

게다가 이들 시민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 시장의 규제완화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있어 한쪽 시장에만 적용되는 규제는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 사업자들까지 진입하면서 시장 내 경쟁상황을 판단할 시장획정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규제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기업 간 합병은 부작용보다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민단체는 편파적인 여론조사까지 강행하며 M&A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신성장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후발경쟁국의 추격으로 저성장의 길에 들어섰다. 거기에 환율, 유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 기업의 성과도 나쁘다. 침체된 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15년 12월 2일 서울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SK텔레콤 이형희 MNO총괄이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및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한편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재편 성과는 매우 낮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9월까지 미국의 구글이 154건의 M&A를 추진했으나 국내 대기업들은 40개를 넘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은 사업재편을 위해 활발하게 M&A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IBM이 주력사업인 컴퓨터 분야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고, GE는 가전 산업에서 금융과 에너지 사업으로 재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기업업종 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규제가 만연한 산업의 경우 기업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 가격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힘을 다하게 마련이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려면 기활법과 같이 구호만 요란한 법이 아니라, 실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관료가 시민단체의 압박과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규제완화를 실천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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