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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캐네디 대통령은 준파시스트였다?
정치권력은 대중동원을 위해 대기업을 탐욕집단으로 몰아가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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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3-12-21 12: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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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유시장 경제 역사는 일천하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는 유교적 전통과 정부의 가부장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여기에 집단적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책임 및 자발적 거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를 꽃피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신기루와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국사회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계층 간의 양극화 해소, 보편적 복지 확대, 심지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라는 이름하에 전 방위적으로 휘몰아치는 경제민주화 바람은 이제 겨우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국의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크게 흔들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 이외에도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 계층 간의 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를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 되었고 정부정책으로 추진이 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규모의 팽창과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 및 시장의 자발적 거래 및 계약 행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시장경제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는 한국만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화다. 1962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물가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하에 철강업계의 세계 최대기업인 US스틸을 포함한 주요 철강회사들과 노조 양자 간의 철강 가격과 임금 상승 동결에 대한 타협의 중재인 역할을 한다.

정부의 강한 압박 하에 철강회사들은 마지못해 브로커인 케네디의 중재안을 수용하나 수 일 후 4월 10일 미국철강협회 회장인 로저 블로우(Roger Blough)는 케네디에게 US 스틸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그 합의안을 지킬 수 없으며 톤당 6달러인 3.5%의 가격인상을 할 것이라는 메모를 전한다.

이에 격분한 케네디는 다음 날 4월 11일 긴급기자 회견을 열고 철강회사들의 가격인상을 “공익에 대한 전적으로 무책임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a wholly unjustifiable and irresponsible defiance of the public interest)”라고 강력하고도 네가티브한 정치적 수사어를 구사하며 맹비난했다.

또 즉각적으로 미국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를 동원하여 철강회사들에 대한 가격공모와 담합에 조사에 착수하였다. 법무부는 별도로 US 스틸에 대한 연방 대배심 조사 개시와 임원들에 대한 서류지참 소환을 통보한다.

이러한 압박으로 이틀도 되지 못해 인랜드스틸을 시작으로 철강회사들은 가격 철회를 발표하며 백기 투항을 하게 된다. 결과는 케네디의 정치적 승리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경찰국가(police state)의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US 뉴스앤 월드리포트는 정부의 행위를 준파시즘(quasi-Fascism)으로 논평하며 정부의 통제되진 않은 권력행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이 사례는 한국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어느 국가든 정치권력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다수의 일반 대중으로부터 대기업을 분리시키려는 유혹을 갖게 된다.

케네디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수의 우리(we)로부터 소수의 그들(they)을 떼어 내어 그들은 이익과 경제권력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고전적인 정치권력의 행태는 공익이라는 이름하에 기업을 옥죄며 그들의 지극히 정치적이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행태다.

경제가 어렵고 선거라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의 기업 때리기는 하나의 정책유행으로 나타난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이 지속될 개연성이 우려된다.한국은 기업 때리기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로 정착되어 경제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필연적으로 발생시켜미국의 기업 때리기와 한국의 기업 때리기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선택적 규제와 정치인들의 구두탄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경우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로 정착되어 기업의 경영행태 뿐만 아니라 경영구조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이러한 법과 제도들이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하는 정책수단들이며, 이에 수반되는 관료와 정치권력의 영향력 확대는 기업과 경제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민주화 바람 기저에는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인 자발적인 의사와 행동, 경쟁과 차별화 과정이 냉정하고 비인간적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깔려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의 보다 더 큰 문제는 일반 대중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하여 막연하고도 부정적인 시각을 정치권력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확대 재생산하고 여기에 편승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경제민주화라는 역풍을 만나며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그래도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면 불완전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가능한 제한하는 자유시장경제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며 보통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크게 끌어 올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정부나 정치권력이 할 수 있는 것은 시장경쟁에서 불공정한 거래에 한해서 제재를 가하거나 시장경제에서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혹은 경쟁의 결과로 생존이 위협받는 계층에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주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그 이외에 공적인 규제를 통하여 시장의 경쟁과정이나 자원의 배분과정에 직접 개입할 경우, 정부가 의도한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을 통한 문제 해결은 단기적으로 대중의 욕구 충족과 정치적 이익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을 포함한 시장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경제활동과 국가의 경제활력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이인권 전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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