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회생 사재출연 이후 등기이사 포기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에 이어 현대상선 경영권도 내려놓는다. 

현 회장은 지난 2004년 현대상선 정기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된 이후 10여 년 동안 경영권을 지켜왔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병합과 현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안건 등을 확정한다.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으로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현 회장이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현대상선 이사회가 고강도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3년 12월에 3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해운업황이 기울면서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선료 삭감·채무 재조정·자산매각’ 등의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고 경영정상화에 뛰어들었다.

앞서 현 회장은 사재 300억원으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책임감을 보였다.

이어 현 회장은 협상 배테랑 '마크 워커' 변호사를 선임해 해외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인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에서도 벗어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액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다.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자본금 비율이 36.8%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된다. 현대상선은 주식병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주총에서 의결시켜 자본잠식을 해소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