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흔들리는 새누리, 자충수의 정치학 벗어나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요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를 보면 4.13총선에서 180석을 얻겠다는 지난 신년 회견의 발언이 무색하다. 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스스로 지우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작은 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덩달아 지지자들에게는 이 당에 대한 환멸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면으로나 말이 안 되는 인사인 김종인씨까지 대표로 영입해 안간힘을 쓰며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갖가지 자충수를 두면서 180석은커녕, 어쩌면 과반도 어려운 방향으로 꿋꿋하게 길을 걷고 있다. 새누리당 자중지란의 1차 책임은 당연히 김무성 대표에게 있다. 또 그 최종적인 책임 역시도 당 대표인 김 대표의 몫이다. 현역 의원 살생부 파문의 중심에 선 당사자로, 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겼다. 밥그릇 싸움에 눈이 멀어 계파 간 정치공작이나 벌이는 집권 여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꼴이다.

새누리당을 들쑤신 여론조사 문건 유출사건도 큰 맥락에서 마찬가지다. 선관위가 새누리당에 제출된 자료와 불일치한다고 밝혔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해이해진 집권여당의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 와중에 김 대표는 다른 쪽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남 탓하기 전에 당 대표인 자신이 확실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었다면 새누리당이 이 정도로 무능하고 아사리판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북핵과 테러위협으로 국가안보가 위기라면서 관련법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야당을 비난하면서 국민을 향해서는 절절히 호소했다. 그런데 정작 당 내부는 이런 현실과 자신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다음 국회 뱃지에 대한 끝없는 탐욕과 각 개인의 이기주의로 들끓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이나 지지자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당 기강이 이 정도로 무너진 현실은 대표의 무능과 무책임 탓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총선을 앞두고 혼란을 겪는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 /사진=연합뉴스

본인의 자충수와 미약한 리더십이 만든 위기

이런 김무성 대표를 국민과 지지층이 못 미더워하는 건 지지율이 증명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5일 발표)를 보면 김 대표는 6.4%로 박원순 서울시장(7.1%)에게도 밀렸다. 두 달 전 같은 여론조사에서 얻었던 10.6%에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여론조사에서 16.1%를 얻어 김 대표와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특히 부산·경남(PK) 지역에서 12.3%를 얻은 김 대표는 22.6%의 지지율을 얻은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뒤졌다.

일시적인 지지율을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김 대표는 지금 꾸준히 하락세를 걷고 있다. 당 대표 프리미엄을 갖고서도 끊임없는 자충수로 리더십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소위 ‘찌라시’나 흘리고 있고 말 한마디 내뱉곤 곧바로 철회, 사과하고 후퇴하길 줄기차게 반복하는 김 대표를 보면서 '이 사람만 믿고 가면 되겠구나' 할 지지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

김 대표 지지율 하락의 심각성은 표면적인 수치보다도 바로 이런 본질에 있어 더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세간에선 안철수 대표의 철수 정치를 비꼬지만 김 대표는 질적으로 더 급이 낮은 철수 정치의 주인공이다. 소위 상하이 개헌 발언과 같이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청와대 반박을 불렀고, 안심번호 도입 합의 문제도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논란과 갈등만 키우고는 대충 엉거주춤 수습했다.

그러더니 살생부 파문 때도 사과 한마디 하고는 그냥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함께 했던 자기 사람에 대한 의리와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여준 적이라도 있었나. 본인과 손발 맞추던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도 김 대표는 당 화합을 핑계로 유 의원 손을 놔 버렸다. 비박계의 뇌리에 김 대표의 그런 모습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 각인됐을까. 게다가 때마다 당 화합이라는 핑계로 후퇴를 거듭했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갈등의 씨앗만 더 커졌을 뿐이다.

패착 거듭한 김무성의 한계와 현실

김 대표의 이런 후퇴 정치, 눈치 정치는 그렇게 고집한 상향식 공천도 물거품으로 만들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이 시작되면서 탈락한 후보들은 "이런 게 상향식 공천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김 대표는 그것조차 지키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 설령 대승한다고 해도 김 대표는 그 공을 오롯이 가져가기 어렵다.

대표 프리미엄을 벗고 나면 지금의 지지율도 지키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실망한 지지층이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치8단쯤 된다는 김 대표가 패착만 거듭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권력 의지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또 하나, 김 대표 주변 측근들의 무능이다. 정무적 판단뿐 아니라 이미지 관리나 홍보 쪽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찌됐든 김 대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면 본인과 새누리당, 국민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깨끗하게 관두는 것이 낫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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