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정책리스크에 사법리스크 이중고 시달려

   
▲ 최승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노사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해온 임금을 대법원이 잘못됐다며 계산방식을 바꾸라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고 판결한 것이 주목된다. 임금급여를 받고 있는 노동기득권층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앞으로 임금계산을 놓고 무수한 논란과 법정다툼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
무엇보다 판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임금 계산방식의 기준을 잘못 설정해온 정부 당국이 이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법원에서 판결한 결과를 무시해온 정책실패가 산업현장에서 임금폭탄이라는 재앙으로 터졌으니 말이다.

사실 정부가 임금산정 방식에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는 없지만, 온갖 규제가 얽혀있는 노동현장의 특성상 새로운 규정이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경총은 "정부가 통상임금 범위를 '1임금 산정기간(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법원의 판결은 미래를 바꾼다. 경제주체들은 판결에 따라 자신의 행동방식을 바꾸기 때문이다. 판결 내용은 아쉽지만 판결 결과는 존중되어야 한다. 판결의 취지는 임금체계를 단순하고 분명하게 바꾸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상여금을 일의 성과에 따라 지급하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을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라며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와 노조는 기득권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이 기존 노동계층의 임금총액을 올리는 결과로 귀속된다면 우리 노동시장의 임금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일자리 감소의 부작용이 가속화되는 최악의 결과도 낳을 수 있다.

노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기존 임금총액 범위 내에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상여금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봉제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번 임금 계산방식 논란은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아쉽다. 외국 기업들도 황당하겠지만 우리 기업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월급 계산이 잘못되었으니 임금비용을 더 지출하라고 하면 어떻게 사업을 마음 놓고 하겠는가.

기업인들이 정책리스크에 사법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우리 경영환경의 후진성은 언제 극복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업과 근로자가 임금과 고용기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유연한 노동문화가 정착되어야 경영환경의 안정성과 예측성도 높아지고, 우리 노동시장의 활력도 높아질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