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원유 가격 추이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한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에서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 우려가 현실화됐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2월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 113개, 3135억 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했다.

이들 DLS를 청산한 결과 총 2068억원의 손실이 확정돼 투자자에게 돌아간 돈은 1067억원에 불과했다. 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66%의 원금을 까먹은 셈이다.

에프앤가이드가 평가 대상으로 삼은 원유 DLS는 전체 시장 물량의 90% 선으로 알려져 원유 DLS 시장 전체의 손실 규모는 이보다 다소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전에도 바이코리아펀드, 중국 펀드, 브라질 국채 투자 상품 등에서 원금 손실 사태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원금의 70%에 가까운 손실이 난 것은 이례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이 2013년 5억 원어치를 발행한 '한화스마트 DLS 187'이 -74.61%로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DLS 552와 신한금융투자 DLS 5036은 -74.23%, 현대 에이블 DLS 30은 -70.69%, KDB대우증권 DLS 1113은 -70.13%로 원금 손실률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던 시기에 원유 DLS가 대량으로 발행됐기 때문이다.

DLS는 여간해서는 손해를 보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들면 기초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야만 애초 약정한 수익률이 지급되도록 설계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8257억 원어치의 원유 DLS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1117억원의 원금을 잃어 평균 13.5%의 손실이 났다.

올해 들어서는 첫 두 달에만 벌써 작년 전체의 2배에 육박하는 손실이 확정됐고 평균 손실률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원유 DLS 발행 잔량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당국이 집계한 원유 DLS 발행 잔액은 1조7000억원인데 그 사이 3000억 원가량의 만기가 도래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로는 현재 시장에 남은 원유 DLS(원금보장형 제외) 661개, 7801억 원어치 가운데 413개, 6115억 원어치가 원금 손실 가능(녹인) 구간에 들어간 상태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횡보하던 2014년 8월 이전에 발행된 원유 DLS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90달러대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 100달러 선을 맴돌던 WTI는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해 올해 2월 11일 26.21달러까지 고꾸라졌다가 최근에야 다시 회복세를 보여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7.90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말까지 원유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원유 시장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장기간 횡보하면 원유 DLS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추가로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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