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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천원의 식사'…무상급식인가? 유상급식인가?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은 엄연히 유상 무상급식과는 차이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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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3-09 1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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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영 언론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1천원만 내면 학생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최근 SNS에 돌고 있는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 교수가 3월6일 자신의 게시판에 올린 "무상급식과 '천원의 식사'"라는 글이다.
 
이 교수는 "이제는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저녁도 천원에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천원을 내고 학생회관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천원의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에 고무된 대학 본부는 내친 김에 저녁도 천원에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아주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원가 이하의 싼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재원만 마련될 수 있다면 당연히 모두가 환영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 뻔한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 이 '천원의 식사'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거의 두 동강 내버린 무상급식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세대에게 영양가 있는 급식을 싼 가격(극단적으로 0의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데 쓸 돈을 끌어다 결손을 메운다는 점에서도 아무 차이가 없구요. 서울대학교만 하늘에서 떨어진 돈을 주워다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에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천원 판매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섰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무상급식 얘기가 나왔을 때 왜 재벌 자제에게 공짜 점심을 주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번에는 왜 재벌 자제에게 원가 이하의 식사를 제공해야 하느냐고 비판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바지만 서울대학교 학부모들은 우리 사회 평균보다 더 소득수준이 높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면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소득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은 현재 부유층의 자제이며 나중에 부유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급식 보조를 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사람이면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학생 모두에게 천원의 식사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소득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소득 몇 분위 이하임이 확인되어야만 천원의 식사 혜택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구요. 내 말이 맞지 않습니까?"
 
이 교수는 다시한번 무상급식에 대한 확고한 지지입장을 밝힌다.
 
"여기서 분명히 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나는 무상급식을 열렬히 지지했고 이번 서울대학교의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에도 강력한 지지를 보냅니다. 어린 세대의 미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그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가치 있는 투자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가정의 자제를 골라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느냐의 여부입니다. 나는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보다 모두에게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에도 찬성했고 천원의 식사에도 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서울대학교 정문 야경./사진=우태영

그리고 천원 판매에 대한 보수파의 침묵에 의아하게 여긴다.
 
"그러나 보수파 인사들은 무상급식 논쟁에서 선별적 혜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천원의 식사 혜택을 가난한 가정의 자제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보수언론 중 어느 하나도 천원의 식사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쓴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보수적 인사 중 어느 한 사람도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거나 방송에서 발언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글쎄 이것은 나에게도 큰 의문입니다. 그렇게 홀로 나라를 사랑하고 홀로 똑똑한 척 하던 사람들이 다 어디 가버렸느냐 이거지요."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으로 끝을 맺는다.
"무상급식 반대하느라 시장직까지 헌신짝처럼 던진 사람이 컴백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대권주자 운운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본격적으로 정치의 장에 들어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천원의 식사 결사반대'라는 띠 두르고 1인시위에 나서는 일입니다. 그런 행위야 말로 무상급식 반대를 위해 서울시장직을 버린 결기와 일관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추가로 천원의 식사에 반대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
"ps. 여러분도 충분히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보수적 인사들로 하여금 우리 서울대학교의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을 비판하라고 부추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상급식에 공연히 시비를 걸지 말라는 것입니다.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에 시비를 걸 수 없으면 무상급식에도 시비를 걸 수 없는게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
솔직히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식사 한끼를 1천원에 팔든 1만원에 팔든, 보수파 인사든 진보파 인사든 별로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대학발전기금에서 식비를 지원한다는데, 학생들 잘 먹이는 것도 학문 연구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학교당국에서 판단하면 그만이다.
 
서울 동부지역에 있는 한 대학 교수에게 학생식당 식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2천원이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 교수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에 드나드는 시민들, 청소원, 배달원 등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진정 고마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자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이준구 교수가 무상급식과 서울대의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똑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한 대목이다.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상급식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준구 교수가 말하는 서울대에서 실시하는 '천원의 식사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식사를 1천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싼값이긴 하지만 유·무상 여부를 따지자면 분명히 유상급식이다. 1천원 내고 사먹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이 "현재 부유층의 자제이며 나중에 부유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이유를 들어 서울대생들에게 1천원짜리 식사는 무상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부잣집 아들이고 미래에 부자가 될 사람이라도 당장 1천원이 없으면 학생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수 없다. 굶을 수밖에 없다. 친구에게 1천원을 빌려서 밥을 사먹고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 한다.
 
무상급식은 다르다.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학생식당에 가면 먹을 수 있다. 1천원이 서울대생들에게는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0'은 아니다. 1천원과 0의 차이는 유상과 무상의 차이이다.
 
이 교수는 '천원의 식사'는 싸기 때문에 혜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유상급식이다.급식이 아니라 유상판매이다. 돈 없으면 못먹는다!
 
그렇게 보면 서울대정문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천원의 식사 반대!'라고 시위를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이준구 교수가 '유상급식 반대한다! 무상급식 실시하라!' 하고 시위를 벌여야 할 일 아닐까? /우태영 언론인
[우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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