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편승 무리한 기소와 중형판결 많아 투자위축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주요그룹들이 침울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

재계총수들이 무려 9명가량 구속되거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 주요그룹마다 을씨년스런 세밑을 맞이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조석래 효성회장, 이호진 태광산업회장, 이재현 CJ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가뜩이나 조선 해양 건설 철강 등의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그룹마다 비상경영, 위기경영, 구조조정으로 분투하는 상황에서 검찰과 사법당국의 총수에 대한 수사와 중형 판결등이 재계를 잔뜩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노심초사하는 그룹은 한화다.
배임혐의로 기소된 김승연회장의 결심공판이 26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대법원이 김회장의 배임액수 등에 관해 서울고법에 재산정하라며 파기환송시킨 만큼 결심공판에서 배임혐의를 벗어날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억울해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과 부도위기에 몰렸던 자회사를 그룹이 살린 것은 정부정책에 충실히 따른 것이고, 그룹과 자회사 모두가 윈-윈한 성공모델인 만큼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판사들의 경제민주화여론을 의식한 판결로 김회장이 중형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경영진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한화의 자회사 지원은 정당한 경영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게 유럽 법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사법처리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식의 처벌이라면 모든 경영자가 잠재적인 배임죄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법부가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김회장의 결심공판재판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화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계3위 SK그룹도 좌불안석이다. 최태원 회장의 장기간 부재로 내년도 경영계획과 투자, 인수합병등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최회장의 경우 펀드 횡령이 없고, 빌린 돈도 높은 이자를 주고 갚았는데도 불구하고 중형처벌을 받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펀드출자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어느 계열사도 피해를 보지않았는데도 중형주의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150조원이 넘는 그룹에서 450억원을 첨단 파생상품인 펀드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그룹총수가 어떻게 일일이 간여하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그룹측은 하소연하고 있다.

재판부가 과거의 잣대에 얽매여 사안을 너무 크게 보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과거 60~70년대의 400억원은 큰 금액이지만, 우리경제규모가 수백배 커지고, 그룹의 매출액도 수조원에서 수백조원으로 커졌는데도 재판부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과거 횡령금액으로 형량을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루어진 혐의를 지금의 강화된 양형기준으로 처벌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최태원회장의 부재속에 SK는 자율경영을 핵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체제 확립에 힘쓰고 있다. 최회장 공백에 따른 경영리스크 최소화에 힘쓰고 있지만, 중요 투자결정 등에서 애로사항이 많다.

예컨대 에너지 및 발전회사인 SK E&S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전례없이 동시에 구속되면서 STX에너지 인수를 포기했다.
오너부재로 글로벌 성장동력 창출과 투자 등에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효성도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탈세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회장의 법정구속은 피했지만 여전히 수사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임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효성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과 인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외환위기 시절 종합상사를 보유했던 삼성 현대 등 7대그룹은 부실해소를 위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나 공적자금 투입, 제3자 매각 등으로 해법을 찾았다. 효성의 경우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계열사 합병과 매출확대로 부실을 점진적으로 해소했는데도 뒤늦게 효성만 찍어서 법인세 탈루혐의로 과도한 수사를 당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이명박정권의 사돈그룹이라는 점이 혹시나 손보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정권초기에 이런 식의 손보기 그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계는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에 총수가 9명이나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도 이렇게까지 많은 총수들이 수난을 당하지는 않았다.

재계는 박근혜대통령이 최근 여의도 전경련 신축건물 준공식에 참석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만큼, 과도한 기업인수사와 처벌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검찰의 기업인 기소및 구속남발도 적절한 선에서 조절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제민주화 광풍시절에 이루어진 기업인 중형주의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30대그룹 총수 중 9명의 총수를 수난시켜가며 재계에 대해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