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방수처리 잘된 독"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가장 뼈아픈 얘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다. 능력도 없고 역량도 없는데 무조건 지원만 한다는 시각이 가장 아프다. 

10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나의 30년 일생을 함께한 대우조선해양은 ‘방수처리가 잘된 독’이다”고 밝혔다.

   
▲ 10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 사장(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이어 정 사장은 “잠시의 경영적인 판단실수로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기술력은 대한민국 최고의 조선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역량 없는 회사가)아니라고 항변해도 믿어주는 분은 없고 결과로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취임 후 총 두 번의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6월 열린 첫 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에도 상당한 적자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혀 시장의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실사를 거쳐 지난해 약 5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수주잔량 1위 조선소로 위엄을 뽐내던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존속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가 위기 알리는 서곡이었다면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이 턴어라운드 하는 희망의 서곡이라고 표현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해양플랜트 공사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올해 9개의 프로젝트도 인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에 투자했던 신사업 등도 거의 정리됐으며 손실 인식도 마쳤다고 부연했다. 위험관리 부분도 유가하락에 따른 현실적인 사항들을 대손충당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사옥 매각과 관련해 팔아야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으며 3~4월경 다시 매각작업을 시작할 것이라 전망했다.

얼어붙은 발주시장에 대해 정 사장은 지난 2007년 상반기에 수주 제로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만 150억 달러를 수주한 전례를 들며 하반기에 시장상황이 좋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유가가 30달러 선에서 바닥을 찍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며 위축된 글로벌 금융시장도 점차 호전돼 발주사들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인적 구조조정과 관련된 질문에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 적기 인도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과감한 내부 구조조정은 당장 어렵다”며 “내년부터 상시구조조정 체재로 전환할 예정이며 이미 직원들에게 공표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생산성 능률면에서 가장 최적의 규모는 매출 12조, 인력은 협력사 포함 3만명 수준이라며 회사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생산성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생산성 능률 90%가 넘었으며 당시 매출규모가 12조, 인력이 3만 수준이었다. 현재 생산성 능률은 70% 수준이며 2014년 기준 매출 16조, 인원은 5만명이다.

정 사장은 시장상황이 좋아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수주목표는 108억 달러”라며 “선박에서 60억달러, 해양에서 40억달러, 특수선에서 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용관련 질문에 정 사장은 “올해도 신입사원 채용을 할 형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생각해 최소한도로 이공계 위주 20~30명의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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