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공간 소진 시 국제유가 급락 불가피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저유가 속 원유 재고가 늘면서 이를 담을 곳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에 유가의 급락이 우려되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원유 공급과잉이 계속되면서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재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세계적으로 원유 재고가 늘면서 저장공간 소진에 따라 유가의 급락이 우려되고 있어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한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미디어펜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는 지난 4일 현재 5.22억 배럴이다. 2014년 10월 이후 45% 급증했다. 전략비축유( SPR)를 포함하면 총 원유재고는 12.13억 배럴이다.

OECD 민간 원유재고도 2014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1.99억 배럴이다. 전년 4분기 대비 19% 늘었다. 총 석유재고(원유+석유제품)는 30.12억 배럴이다.

원유재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지역은 저장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나 유럽과 아시아는 거의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유사와 저장시설(tank farm)의 원유 저장공간 소진율은 지난해 9월 59%에서 올해 3월 초 65% 내외로 상승했다. 오클라호마 쿠싱의 소진율은 88%로 저장한계에 도달했다. 쿠싱이 속한 중서부지역(PADD2)의 소진율도 작년 9월 65%에서 최근 75%로 상승한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연합(EU)의 저장공간 소진율은 2015년 12월 99%이며 중국, 일본, 한국의 소진율도 80~90%로 추정된다.

유럽 최대 오일허브인 로테르담의 경우 저장공간 부족으로 평소의 두 배인 50척의 유조선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업체들은 육상 저장공간의 소진으로 해상저장을 활용하는 처지다.

주국도 저장공간이 거의 소진됐다. 당초 지난해 완공 예정이던 2단계 전략 비축유 저장탱크 건설이 2년 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일일 6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전략비축유를 확대한 결과 저장공간이 소진된 상태다.

문제는 유가의 급락이다. 글로벌 원유 저장공간 추가 여부에 대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의 원유 저장공간마저 소진될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는 1분기 일일 187만 배럴, 2분기 218만 배럴로서 올 상반기 중 재고로 유입될 원유규모는 3.7억 배럴에 달할 정망이다.

이란의 원유생산은 1월 일일 286만 배럴에서 2월 300만 배럴로 증가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생산동결에 합의했지만 이란이 증산에 적극적이어서 동결 준수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경우 생산량을 작년 4월 일일 969만 배럴에서 올해 2월 913만 배럴로 56만 배럴 감소했지만 공급과잉을 완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의 경우 최근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휘발유 등의 재고가 사상 최고치인 가운데 정유업체들이 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가동률을 낮추고 있어 원유재고 증가속도가 가속화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저장공간 소진 때는 국제유가 급락이 불가피하다. 저장공간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재고 증가는 유가 하락에 상당한 요인이 된다.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유가가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저장공간이 충분하다면 생산업체들은 감산이나 중단보다 저장을 선택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유가는 하방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고부담은 유가 회복세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WTI선물가격은 이달 10일 현재 배럴당 37.84달러로 연중 저점(26.11달러) 대비 44.4% 급등했다.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3월 중순 회동 소식과 미국 생산감소 등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된 데 기인했다.

하지만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상승세 지속을 단정하기 어렵고 원유 수급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유가가 재차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저장공간 문제로 유가가 재차 급락할 경우 취약 신흥국과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된다"면서 "유가가 일부 예상과 같이 20달러로 하락하면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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