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제 정상화 청신호...신흥국에겐 재앙, 통화가치 반토막 우려도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미국 다우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주택재고도 줄고 소비심리도 회복되는 등 거시지표는 물론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3%이상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어 세계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면 우리 경제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미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여러 복병이 산재해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미국 연준(Fed)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가 불확실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미국의 경기회복이 빨라 양적완화축소가 기대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이나 환율에도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 외국 자금이 급격히 빠질 경우 주식시장이나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고 국내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경영도 그만큼 어렵게 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들이 누적 잉여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행태를 보면 이미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기정사실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우리 경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이나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경우 대미수출이 늘어 실물경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흑자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시장에 대한 혼란에 적절히 대비한다면 큰 부작용은 없을 듯하다.

문제는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다. 인도 등 동남아 국가의 경우 외국 자본의 유출입에 여전히 취약하고 실제로 지난 여름에는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만으로도 급격하게 자금이 이탈하는 등 개도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신흥개도국들과의 교역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고 전자,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거의 전 업종이 이들 신흥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 신흥개도국 들이 지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질 경우 이들 지역경제가 위축되어 해당 지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의 현지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에도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때 우리 경우를 곱씹어 보면 된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0년 전 미국의 40%에 불과했던 브라질의 물가가 지금은 90%에 달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10년 전 31%에서 83%로 치솟았다. 지난 10년간 에너지와 1차산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외국 자금이 이들 신흥개도국으로 과도하게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선진국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비정상적인 특수를 누려오던 신흥개도국 들에게는 재앙으로 닥쳐올 수 있다. 이들 신흥개도국의 물가가 조정을 받는다는 것은 곧 이들 개도국의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의 수요 위축을 신흥개도국의 특수로 메꾸어 왔다. 이제 그 특수가 거품처럼 사라지려 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영업환경을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제 곧 메인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