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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열차를 세워라
공기업 개혁, 언제까지 '시지스프바위'여야 하나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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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3-12-28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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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명지대 교수
하데스는 시지프스에게 바위산을 가리키며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명령했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렸지만 그 순간 바위는 기슭으로 굴러떨어져 내렸다. 바위를 다시 밀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시지프스는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공기업 개혁 논의는 김대중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은 ‘사회적 합의’ 부족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번번이 중단되었다. ‘공기업평가 강화’라는 상투적 처방이 빈자리를 메웠다. 공기업 개혁이 공전(空轉)한 것은 정치권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 공기업개혁을 마뜩치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근저에는 모두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이기적 동기가 숨어있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은 우리에겐 ‘시지프스의 바위’였다.

철도부문도 마찬가지다. 철도부문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2001년이었다. 그 후 등 떠밀리듯이 2004년에 철도산업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철도산업 발전기본법’, ‘철도산업법’이 제정되었고 2005년에 ‘철도공사’가 출범했다. 지난 십 수년간 철도산업구조개혁과 관련해 진척된 것은 철도청을 철도공사로 바꾼 것이 전부였다. 이제 ‘KTX 자회사’가 정식으로 설립인가(2013. 12. 28)됨으로써 114년간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철도부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O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

현상 뒤에는 본질이 숨어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프리드만(M. Friedman)이 설파한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을 보자. 프리드만은 “특수이익집단, 관료사회, 정치인”이 결탁해 정부 지출을 계속 늘려나갔다고 주장했다. 특정프로그램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일반 대중은 조직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막지 못해 정부지출이 팽창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캐넌(J. Buchanan)도 “대의민주제가 정부의 과도한 팽창을 막지 못한다”는 비관적 전망을 ‘리바이어던(Leviathan) 가설’로 제시하였다.

‘철의 삼각형’에 비견되는 ‘또 다른’ 철의 삼각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해 왔다. “공기업, 관료부문(정부), 정치권”의 삼각관계가 그것이다. 이들은 ‘이해의 일치’를 연결고리로 공생해 왔다. 정부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공기업에게 대행시킴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적게 쓰는 ‘작은 정부’로 보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설령 부채를 일으킨다하더라도 ‘공기업 부채’로 기장(記帳)하면 되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재정건전성’ 분식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은 외형적으로 보면 ‘최우수’이지만, 이는 착시다. 공기업 등에 ‘숨겨진 국가부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2년말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의 118.3%에 이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공기업은 정부사업을 대행하기 때문에 경영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고 또한 정부사업으로 부채가 쌓였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공기업은 이를 빌미로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공기업의 높은 급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정치권에게 공기업 인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권창출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보상하는 통로로 여겨져 왔다. 낙하산인사 근절이 매번 구두선에 그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삼각관계에서 공기업 노조는 어부지리를 취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공기업노조는 이들의 유착관계를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지렛대로 역이용했다. 출근저지 투쟁은 기본이며, “국민의 편에서 공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임을 스스로 자임했다. 노조의 음습한 이기적 행동은 이렇게 공익으로 은폐됐다.

   
▲ 민주노총 지도부가 28일 저녁 세종로 네거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와 철도노조 파업 지지 집회를 갖고  시위참가자들과 함께 청와대까지 행진하던 중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공기업개혁은 시장 외연을 확대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시지프스의 허무한 노력으로 끝나선 절대 안된다.  

O 철도노조의 잘못된 방어 논리

철도노조의 논리는 그간의 파행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논리의 핵심은 “방만 경영으로 부채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5조7994억원의 부채(부채비율 74%)가 2012년 17조6028억원(부채비율 244%)으로 11조 8천억원 증가했는데, “어떤 방만 경영을 어떻게 해야 5년 만에 공기업의 재정상태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를 되묻는다.

노조원이 임금을 많이 받아서 5년만에 부채비율이 3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철도공사의 부채누적과 적자 확대는 공기업 자체의 고유업무와 내부인건비 증가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 정부정책 이행, 부실사업 인수, 사업확장에 따른 부채라는 것이다. 노조가 책임질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그러면서 자신의 평균임금을 공개했다. 2012년말 현재 평균급여는 6,305만원이며, 평균근속년수는 19년이라는 것이다. 이는 같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평균임금 7,278만원, 근속년수 15년), 도로공사(7,283만원, 15년) LH공사(6574만원, 15년), 한전(7303만원, 18년)”에 비해 결코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항변은 여러 공기업 중 “왜 철도공사만 문제를 삼느냐”는 볼멘소리인 것이다. ‘신의 직장’과 ‘귀족노조’란 말이 왜 나왔는지, 그들만 모른다.

O 공기업 간 경쟁체제 도입선례

공기업을 나눠 경쟁을 시킨 결과 해당기업 모두 경쟁력이 개선된 사례가 존재한다. 1999년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인천공항공사 출범을 크게 반대했다. 노조는 “알짜 국제선 사업을 모두 인천에 넘겨주면 수익 감소와 대량 해고가 불 보듯이 뻔히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한 이유다. 당시 정부는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주고, 나머지 공항은 국내선만 운항하는 식으로 업역을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 두 회사는 알짜 공기업으로 변신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일본·중국과 같은 가까운 거리의 국제선을 유치하고, 대구공항 등 지방의 다른 공항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 항공편을 유치한 덕분이다. KTX 개통으로 지방 공항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이들 항공사는 흑자를 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2012년에 각각 5256억원과 1464억원의 흑자를 냈다.

 항만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3년 공기업 간 경쟁이 시작됐다. ‘항만공사법’이 만들어져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가 출범했다. 부산항만공사는 2010~2012년 평균 618억원의 흑자를 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3년 평균 100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해도 상반기까지 9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지하철도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1994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생기면서 서울메트로와 경쟁관계를 구축했다. ‘서울메트로’가 1~4호선을 운영하고, ‘도시철도공사’가 5~8호선을 운영한다. 두 회사 모두 요금이 낮아 적자를 내고 있지만 비용구조는 다르다. 영업비용은 서울메트로가 1㎞당 86억원이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2억원이다. ㎞당 직원수는 서울메트로가 74.6명인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5명에 불과하다. 코레일 자회사 신설을 반대하는 철도노조는 지하철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로 나눠 운영한 것이 “왜 민영화의 전단계이고 또 공익을 해치는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O 철도노조의 패착

철도노조는 “자회사라도 주식을 팔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영화를 할 수 있다”고주장한다. 철도노조의 눈에 민영화는 ‘악의 축’인 셈이다. 정부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민영화 그 자체가 잘못되어서는 아닐 터이다. 민영화 대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의 복안은 경쟁체제를 도입해 철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의 지분을 코레일(41%)과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자금(59%)으로 못 박았다. 그리고 회사 정관을 통해 공공 지분 59%의 민간 매각을 금지했다. 여기에 코레일의 동의 없이는 정관 개정도 불가능하게 했다.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정부가 한 풀 접고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철도공사의 눈치를 단단히 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자회사를 통한 경쟁체제” 마저 반대한다면, 철도노조는 “왜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독점이 최선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최근 “철도 민영화가 되면 서울~부산 KTX 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른다”는 등의 출처 불명의 괴담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평균 지력을 보여주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괴담은 철도노조의 입장만 어렵게 할 뿐이다. 또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공권력 투입이 제한적인 민주노총, 조계사, 민주당사에 은신한 것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철도노조 입장에서는 노동·종교·정치권을 불러들여 ‘우군’으로 삼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논리와 명분 부족을 메우는 ‘노이지 마케팅’(noise marketing)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노동, 종교가 모두 철도파업에 대해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철도노조에 유리하지 만은 않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노조의 정치세력화’에 눈살 찌푸리는 많은 시민들에게 철도노조는 ‘이기적인 존재’로 영원히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최후통첩 복귀명령 이후 파업 노조원들이 복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이다. 28일 코레일에 따르면 27일 오후 11시 30분 현재 214명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복귀율은 15.8%(1천386명)로 늘었다. 최 사장의 최후통첩 이전인 27일 오전 8시 기준 복귀율은 13.3%였다. 27일에 2.5%가 추가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O 민영화는 악인가?

국토교통부가 ‘KTX 자회사’(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의 철도사업 면허를 전격 발급함에 따라 19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파업은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푸는 전제조건으로 면허발급 중단을 요구해온 점에 비춰 노사 간 협상 여지는 없어졌다.

철도노조가 논리와 명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철도공사 독점체제)가 왜 최선인지를”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영화는 왜 악인가를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유, 통신, 철강 산업의 민영화”가 공익을 해치는 정책였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공기업’의 ‘3각 구도’를 깨야 한다. 공기업을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여기는 관행을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공기업을 경쟁압력에 노출시키지 않고서는, 무소불위의 공기업 노조를 법치로 순치시키지 않고서는,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이다.

공기업 개혁은 그동안 ‘시지프스의 바위’였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은 시장 외연을 넓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단계적 민영화 등을 포함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시장을 거스르는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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