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마케팅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입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 대부분이 ISA 계좌를 만들지 않았다. 이날 현재까지 ISA에 가입한 증권사 CEO로는 출시 첫날 자사의 일임형 상품에 2000만원을 투자한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가 유일하다.

주요 증권사 CEO들이 지난해 금융소득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여서 ISA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ISA는 소득을 입증할 수 있는 근로 소득자, 사업 소득자(자영업자), 농어민이 가입할 수 있다.

미성년자라도 근로 소득이 있는 15세 이상이면 '청년'으로 인정돼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전연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연리 2%짜리 10억원 이상의 예금이 있으면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어서 ISA에 가입할 수 없다.

30년 안팎을 금융권에 몸담은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 대표들은 작년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여서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권 사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ISA에 가입이 가능했다. 비슷하게 공무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입이 가능하지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가입 자격이 안 됐다.

권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기술고시에 합격해 1986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전자정책과, 정보진흥과, 산업기술기획과 등을 두루 거쳤다. 1980년대 한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공직 시절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기술(IT)과 중소기업, 벤처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이후 1999년 산업기술개발과장을 끝으로 공직을 그만두고 2000년에 벤처업계로 뛰어들었다.

ISA 제도 자체가 중산층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대부분 증권사 사장은 ISA 가입이 좌절됐다.

ISA는 애초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는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모델로 추진됐지만 부자들의 감세혜택을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피하려고 가입 대상이 대폭 제한됐다.

금융투자협회의 관계자는 "ISA는 연소득 5000만∼1억원 수준의 중산층이 가장 큰 혜택을 누리도록 설계됐다"며 "부자감세 논란을 피하고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사 CEO 중에는 이미 가입한 권 키움증권 대표 외에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와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가 가입자격이 돼 이달 안에 ISA 계좌를 열 예정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가입자격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28년간 증권업계에서 근무한 그의 경력을 고려하면 ISA에 가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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