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중도 현실적으로 잇을 수 없어…강경·온건파는 존재
   
▲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중도(中道)란 「도리道理에 맞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中道의 中은 「가운데」의 의미와 함께 「적중(敵中)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는다. 道 역시 「길」이라는 의미와 동시에 도리(道理)라는 의미를 같이 갖고 있다. 

大學에 “심성구지(心誠求之)면 수부중(雖不中)이라도 불원야(不遠也)”라는 말이 있다. 온 마음을 모아 정성껏 구하면 설혹 적중하지는 못해도 중심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의 中 역시 그냥 「가운데」만이 아니라 가운데를 맞힌다는 뜻이 함께 들어있다.

그런데 우리는 중도(中道)라고 하면 이편도 저편도 아닌  제3의 사람들을 지칭하거나, 혹은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서 사회조사도 한다. 그러나 앞의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사람들은 철학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디에도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실제 삶이 「선택의 과정」인 한 그 선택이 수없이 많다 해도 끝내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귀결된다.

두 번째의 보수 진보 혹은 우파 좌파 가운데 있는 사람도 카테고리 상으로만 존재하지 실제로는 있을 수가 없다. 예컨대 한 사람의 이념 성향을 조사할 때 0에서 10까지 숫자를 놓고, “다음 숫자 0에서 10까지 중 귀하의 이념성향은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0에서 10까지 11점 척도를 사용하여 응답자의 이념성향을 조사한다. 이때 나누는 이념성향은 0점-3인 경우 진보 , 4-6인 경우 중도, 7-10인 경우 보수로 구분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조사에 나타난 中道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은 편리상 그렇게 범주화(categorization)된 것이다.

   
▲ 안철수가 여도 야도 아닌 제3의 세력으로 떠올랐던 지난 2011~2012년 안철수는 좌도 우도 아닌 중도로 꼽혔다. 하지만 제3의 사람들은 철학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디에도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현재 (진보좌파 성향) 야당의 대표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이념적 중도며 현실적 중도는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일 뿐이고, 그 중간파 혹은 중도파는 없다. 다만 보수파 중에서 강경强硬(hard-liner)보수와 온건穩健(softer-liners)보수, 그리고 진보파 중에서 역시 강경파와 온건파만 있을 뿐이다.

숫자로 말하면 0이 없는 10점 척도 중 1-3은 강경진보, 4-5는 온건진보, 그리고 6-7점은 온건보수, 8-10은 강경보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1-2점 및 9-10점이 강경이고, 나머지는 모두 온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용어상으로 보수와 진보 양진영의 온건파를 영어로는 "moderates" 라고도 하지만, 이는 양진영의 조정자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붙인 이름일 뿐, 중도파(中道派)라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제도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런 구분은 명백히 나온다. 예컨대 대통령, 정부, 법원, 정당, 국회, 군대, 경찰, 언론 등과 같은 제도에 대해서 신뢰하고 있는지의 여부 추정에서 1) 매우 신뢰, 2) 약간 신뢰, 3) 별로 신뢰하지 않음, 4) 매우 신뢰하지 않음으로 구분할 때, 여기서도 중도는 없다. 많이 신뢰하든 적게 신뢰하든, 아니면 많이 불신하듯 적게 불신하든, 신뢰와 불신 둘 중 하나다. 거기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반면 사회계층 조사에서는 상층, 중층, 하층으로 나눌 수 있고, 여기에서는 상층과 하층의 가운데에 중층이 있다. 이 역시 중간에 있어 중간층 혹은 중층이지 중도의 중층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것은 오직 재산 및 소득의 중간일 뿐, 이념 혹은 정책지향의 중간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사회계층상의 중간층이 재산이 많은 상층이나 가난한 하층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했다. 그런 면에서 중간층은 중도의 중간층, 즉 도리에 맞게 사고하고 도리에서 벗어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도적 중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하여 그들을 중도파라 하지는 않는다. 구태여 말하자면, 도리를 중시하는 중도지향(中道志向)의 사람들이라 할 수는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실제로 이념적 중도며 현실적 중도, 실용적 중도는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일 뿐이고, 그 중간파 혹은 중도파는 없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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