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국민이 있는 정식 정부가 아니었기에 보통선거 할 수 없는 한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난 14일 열린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자 간담회에서 “임시정부는 민족운동단체이지 정부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에 대해 임시정부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지난 며칠간 일었다.

사정은 이렇다. 임시정부 선거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김용직 관장은 “임시정부는 영토나 국민이 있는 정식 정부가 아니었기에 보통선거를 할 수 없었고, 정부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 민주적 선거는 1948년 5·10 총선거가 처음”이라며 이같이 덧붙였다.

김 관장은 이날 “13개 지역별로 대표자를 뽑아 대표자회의를 만들고, 이들을 통해 임시정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선거를 하지는 않았다”며 “나중에 임시라는 말을 붙여 정부라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임시정부를 격하하거나 폄훼할 의도가 1%도 없었다”며 “선거에만 초점을 맞춰 답변했는데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밝혔다.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자 간담회 취지에 맞추어, 1948년 5·10 총선거가 최초의 보통선거였음에 초점을 맞추어 발언했다는 답변이었다. 임시정부가 보통선거를 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 김 관장은 “정식 정부나 국가라면 영토가 있고 국민이 있으니 공개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이 가능했겠지만, 일본의 압제 하에 독립운동을 하던 상황에서는 그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사진은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간담회 취지와 기자의 질문, 김 관장의 발언을 함께 고려하면 김 관장의 답변이 응당하다. 임시정부는 '망명정부', '가정부'라는 의례적인 용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정식 정부, 정식 근대국가로서의 성립 요건을 사실대로 인지하고 이에 따라 기자간담회에 임했을 뿐이다.

38선 이남 한반도 온 국민에게 주권이 부여된 날은 일본 압제에서 해방된 1945년 8월이 아니고 1919년은 더욱 아니다. 남한은 1945년부터 3년간 미군정 하에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치렀고 7월 17일 제헌헌법을 제정했다. 이윽고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만방에 선포했다. 이날이 우리 국민에게 주권이 부여된 날이다.

헌법에 3.1절 독립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명시한 것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라는 근대국가의 기원을 밝힌 것이며,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나라가 건국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바라보자. 김 관장의 답변 취지를 왜곡 보도한 몇몇 언론과 이를 확대재생산한 일부 식자들의 역사 콤플렉스는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 김 관장은 정식 정부, 정식 근대국가로서의 성립 요건을 사실대로 인지하고 이에 따라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자간담회에 임했다./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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