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신흥국전체 통화 위축 시켜
   
▲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올해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라면 무엇보다도 환율변동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유가 자체도 일종의 환율이지만 유가 대폭락과 신흥국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 그리고 최근에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증시의 답답한 행보 등 최근 금융시장 위험의 상당 요인이 모두 달러강세, 신흥국 환율약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환율이나 유가는 경기의 그림자이고 금융위험의 결과이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또 다른 금융위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서 현 기준금리인 0.25%∼0.50%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다소 진성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흥국 자산가치는 여전히 추가하락의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신흥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본흐름은 아직 큰 둑으로 막혀 있는 듯한 모습이다.

역사적으로 그간 신흥국을 위협하는 슈퍼달러는 세 번이 있었다. 그런데 2011년 중반부터 4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달러강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유가급락 현상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고점에서 무려 70% 이상 떨어진 뒤 겨우 40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기위축과 석유생산국기구(OPEC)의 결속력 약화, 세일오일의 등장 등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유가급락은 곧 이번 세계금융위험의 중심이 산유국 쪽에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지금 앙골라, 알제리, 베네수엘라 등 대다수 산유국들은 국가위기 상태에 빠져 있고 브라질, 러시아, 중동 산유국들도 모두 유가폭락의 후유증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가약세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자원수출국 뿐만 아니라 이를 수입하는 국가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나 달러강세는 신흥국전체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세계경기를 위축시키는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고 또 그 결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제 이 경기부진과 달러강세, 유가하락, 신흥국위험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 어떻게 종료될 수 있을까? 또한 유가가 도대체 얼마나 오르면 이 위험이 진정될 수 있을까?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유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산유국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다수 산유국들의 재정유가(재정수지의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유가수준)가 배럴 당 50달러 이상인 현실에서 유가가 5~10달러 오른다고 해서 위기의 본질이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힘든 저유가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물론 경기회복이다. 세계경기가 돌아서면 원유수급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좋다던 미국마저 경기의 자신감을 잃고 있는 분위기이고 중국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계경기의 회복 가능성은 지금 당장은 설득력이 낮다. 아직은 좀 더 신중하게 살펴 볼 조건이다.

   
▲ . 세계 금융위험의 본질이 아직 크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창보다는 방패를 잘 사용하는 투자를 해야한다./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조건은 산유국들의 인위적인 원유 감산합의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일단 지난 2월초 원유생산 동결에는 합의했지만 실질적 감산까지 합의하는 데에는 앞으로 수차례의 고비가 있어 보인다. 중동을 둘러싼 미묘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떨치고 양 진영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동시에 이란의 석유생산까지 억제하는 데에는 좀 더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상의 관점에서 얻을만한 투자전략은 3가지 정도이다. 그 첫째는 당분간 철저히 이익이 뒷받침되고 재무구조가 튼튼하며 멀티플(이익대비 주가)이 낮은 방어적인 종목이 유리할 것이란 점이다. 연중 세계경기가 취약하고 금융위험도 만성적이라면 믿을 것은 미래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현재의 자산가치와 수익성뿐이다.

둘째는 수익가치가 낮은 성장주 투자에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로벌증시의 기반이 단단하지 못하다면 이익기반이 약한 고성장주는 점점 더 설 땅이 좁아진다. 그간 저성장과 유동성이 만든 고성장주의 현실기반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고조로 인해 앞으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이벤트에 따라 연중 내내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면 유가흐름에 따라 파도타기 트래이딩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할 것 같다. 하지만 유가의 기본 방향성이 약하다면 여전히 베트를 조금 짧게 잡고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 세계 금융위험의 본질이 아직 크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창보다는 방패를 잘 사용하는 투자자가 일단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