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시장경제부정 프레임에 맞서 개념국민으로 진화해야

   
▲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름 ‘바르게 짓기(正名)’를 주장해왔습니다.

그 결과 몇몇 한국경제연구원 등 싱크탱크에서 본격적으로 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중 한 분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박사는 “문제는 말(언어)이다”라고 역설합니다. 그것은 말이 세계를 보는 ‘생각의 틀(그는 이것을 프레임(frame)이라고 정의했습니다.)’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말(또는 문장)은 단어 또는 용어들로 구성됩니다. 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핵심단어가 포함되면 그 말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훌륭해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레이코프 박사의 프레임 이론입니다. 예컨대 최근 철도노조가 생뚱맞게도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것도 프레임 이론에 따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좌파들은 ‘민영화=국가자산을 개인에게 팔아먹는 행위’라는 유령같은 등식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대중을 세뇌해왔습니다. 이런 류의 대중적 인지조작(認知造作)은 좌파들의 상투적 수법입니다. ‘자본주의’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용어는 ‘시장경제제도’입니다. 마르크스를 비롯한 좌파들이 ‘자본 대 노동’이라는 계급투쟁을 선동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의 핵심이죠. 이 잘못된 용어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다보니 심지어 시장경제제도의 전도사들 조차 아무 생각 없이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저항감 없이 사용합니다.

얼마 전 폴 루빈 교수(레이건 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자유시장을 악마로 만들기로부터 벗어나기(How to Roll Back the Demonizing of Free Market)”라는 칼럼에서 “‘경쟁’이 인류의 행복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부정적인 암시를 준다”며 “시장경제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좌파들은 민영화에 대해 국가자산을 개인에게 팔아먹는 행위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국민들을 인지조작한다. 좌파들의 악의적인 대중세뇌 프레임에 맞서 승리하기위해선 국민들이 시장경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는 개념국민으로 진화해야 한다. 민영화에 반대해온 철도노조 간부들이 파업철회를 선언하면서도 투쟁을 외치고 있다.

시장경제의 운용원리는 ‘경쟁적 협력(coopetition)관계’에 있습니다. 즉 시장경제는 “내가 당신에게 좋은 것을 드리겠습니다. 당신도 제게 좋은 것을 주십시오”라는 상호 호혜적 기본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니요. 제가 저 사람보다 더 좋은 것을 주겠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좋은 것을 주십시오.” 또는 “저 사람이 주는 것만큼 좋은 것을 드리지요. 그렇지만 제게는 조금 덜 주셔도 됩니다.” 이런 경쟁이 벌어집니다. 원칙적으로 시장경쟁은 서로 더 좋은 것을 주겠다는 ‘협력’의 경쟁, 즉 ‘선(善)의 경쟁’입니다. 좌파들이 얘기하는 정글이니 뭐니 하는 ‘악(惡)의 경쟁’이 아닙니다.

저는 이전의 글에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외래의 정치체제를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따라잡기(catch-up)’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유럽의 정치선진국들 모두 엄청난 피의 대가를 치렀습니다. 우리는 그에 비하면 적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시장경제 제도 역시 빠르게 발전시켰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제도 모두 완벽할 수 없습니다.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들이 ‘개념국민(槪念國民)’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실장은 잘못된 지식과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지식의 마약상’이라 칭하고, 이들이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특정 용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 ‘찬성!’ 오답(誤答)이 튀어나오는 ‘자동응답장치’로 만들었다”고 개탄합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이들 지식의 마약상들이야 말로 ‘뇌 송송, 구멍 탁’ 무뇌, 무개념 국민을 만들려 합니다.

저는 평생을 경제학자로 살아 온 사람입니다. 역사상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나라치고 부국강병을 이룬 나라가 없습니다. 20세기 초중반 세계의 1/3을 지배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 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이 나라에 그 실패의 체제를 건설하려는 미몽(迷夢)의 무리들이 있습니다.

개념국민들만이 이들 무리들을 응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지식인들이 올바른 용어와 논리로 구성된 프레임을 무기로 대중을 설득시켜야 개념국민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말해왔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이 두 체제를 논리적으로 지키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우선 대중들이 친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용어 개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잘못된 용어에 '바른 이름'을 붙여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