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2년째 해를 넘겨 처리한 데다 '쪽지 예산'에 휩싸이면서 새해 첫날부터 본회의장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사태가 빚어졌다.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국회가 정쟁 속에 예산안을 두해 연속 해를 넘겨 처리함으로써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최경환(왼쪽)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강창희 국회의장과 편법예산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국회는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여권 실세의 '쪽지 예산' 의혹이 제기되면서 항의와 고성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상황을 연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불허’한 사업 예산을 전날 정부가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해당 논란의 배후로 여당 실세 의원들이 지목되면서 31일 개회돼 새해 첫날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는 한동안 정회됐다.
 
이날 논란은 예산안 처리 직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쪽지예산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최 의원은 “대구지하철 하양 연장 사업과 관련한 정부 측의 '설계비 50억 증액 요청'이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거부당했음에도 불구, 예산안에 무리하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하양 연장 사업의 경우 올해 무리하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고 12월 24일에 사업해도 좋다는 결과가 나오니 새로운 항목을 만들고 수년에 걸쳐 2,800억원을 들인 사업의 설계비로 50억원을 새로 집어넣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그간의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국토위에 '하양 연장에 대한 비목 설치에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토위원장에 의해 거절당했다"며 "(그런데) 오늘 통과된 예산안을 살펴보다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추가사업에 50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면서 "이제 새누리당과 책임 있는 당사자가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본회의장 곳곳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연단에 올라 해명에 나섰지만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본회의는 정회됐다.
 
이어진 민주당 긴급의총에서는 이 같은 쪽지 예산 논란의 배후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다. 최 원내대표가 지역 예산 챙기기의 일환으로 올해 예산안에 무리하게 해당 사업 설계비 50억원을 반영했다는 논리다. 갈천·가수 도로 설계비 지원 사업 예산에는 서청원 의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박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해당 논란과 관련, "(민주당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의 쪽지 예산이라고 하는데 최 원내대표 지역구의 예산도 아니고 쪽지를 보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광림 의원도 "경북 지역구 의원인 최 원내대표가 지하철 사업 예산 50억원을 증액하기 위해 국토위에 가져갔지만 동의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업은 죽었다"며 "사업 재원은 경북이 아닌 대구 지하철 1노선 재원으로 편입됐다. 그러니까 결국 대구시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국토위원장인 민주당 주승용 의원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의혹'도 추가 제기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획재정부에서 대구지하철 하양 연장 사업 설계비를 국토위에 요구했을 때 주 의원은 자기 지역구 예산 5개와 거래하자고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폭로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는 예산안을 2년 연속 해를 넘겨 처리했다는 비판은 물론, 예산안 편성 과정 전반에 대한 정당성 논란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쪽지예산'을 둘러싼 책임 규명 문제도 한동안 새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