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전기차는 달리고 싶다①]]정부 정책과 현장서 충전소 사용 불편 괴리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지난 주 성황리에 마친 제주 전기차 엑스포, 전기차 매력에 제주도가 푹 빠졌던 한 주였다. 2030년 탄소제로섬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의 말처럼 제주도의 브랜드와 찰떡궁합이다.

원 지사는 제주에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없애겠음을 강조했다. 더 큰 꿈을 그렸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테스트 베드로 거듭나겠다는 것. 탄소배출이 강화되면서 전기차앓이는 전세계적인 붐이다.

이미 민관공동으로 전기차 보급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거리에서도 전기차가 가득... . 아니다.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말뿐인가 보다.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을 표방하며 선보이는 전기차와 달리 거리에는 전기차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실상이 궁금했다. 기자는 지난 21일 하루동안 서울 곳곳을 돌며 전기차의 실태를 점검했다. 그 첫번째 목적지는 충전시설. 아무리 전기차 신차가 나온다한들 전기 충전이 없으면 그림의 떡.

   
▲ 강남구처의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되어있는 일반차량들/미디어펜


서울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곤 있었지만 대부분의 충전소에 일반 차량이 주차돼 있거나 일반 소비자가 아닌 관용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전기 충전소는 불청객에 의해 자리를 뺏긴지 오래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월기준 전기자동차 충전소는 전국기준 총337개로 5000여대가 넘게 보급된 전기차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수도권과 경기도, 제주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국 주유소가 1만2400여곳인 것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지만 문제는 한 주유소에 보통 5~6대의 주유기가 존재하는 것에 비해 충전소 당 평균 2~3기를 넘지 않아 충전기 수는 한참 모자란다.

서울 시내의 강남구청. 각자 민원 사항들을 처리하기 위해 찾아든 시민들로 주차장에 빈 곳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일부는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내부를 3~4바퀴 돌아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꽉 들어찬 주차장에서 별관 앞 전기차충전시설이 마련된 공간엔 대형세단 차량과 준중형세단이 자리해 있었다.

너무도 당연스럽게 주차된 이 차량들 때문에 전기차 충전시설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었다. 

구청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협소한 구청내 주차장간 실정상 이용 빈도가 적은 전기차 충전구간을 막연히 비워둘 수 없어 일반 차량을 주차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 강남구의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가 활용빈도가 적어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확인됐고 전기차 렌탈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는 1곳만 그나마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제법 훌륭한 차들이 점령한 강남이야 전기차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강북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대문구의 한 전기차충전소에는 3곳의 전기충전시설 중 관할 구청의 관용전기자동차 1대와 준중형 세단 1대가 주차돼 있었고 1곳은 비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전기차량을 운영 중인 운전자는 "꼭 충전이 필요한 곳에선 이미 사람들이 충전을 하고 있어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고 어떤 경우엔 주차장내부에 정확한 위치를 몰라 한참을 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갈수록 전기차를 구매한 것에 대한 후회가 쌓여간다“고 호소했다.

전기차를 모는 것도 불안하다. 전기차를 몰고 지방이라도 간다면 전기충전소를 찾는 것도 힘들고 자칫 충전 부족으로 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공포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몇 군데 있는 전기충전소도 희소성 때문에 기다림을 각오해야 하는지 오래다.

   
▲ 동대문구청 지하주차자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 관용차량과 일반차량이 주차되어져있다./미디어펜


이와 관련해 서울시에선 5분 간격으로 충전시설을 설치해 언제든지 충전에 대한 걱정 없이 전기차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이런 사정에서 보면 계획된 순서대로 충전시설의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서울시의 계획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 밖에도 전기차를 운영하는 운전자들이 충전소를 찾기 위한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은 현재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 중인 곳과 충전 대기 중인 곳을 한눈에 알려주는 편리한 곳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서 알려주는 충전시설 이외에도 몇몇 곳의 충전시설이 더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시스템에서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즉 이 시스템을 통해 알려진 곳 외에도 존재하는 충전시설을 찾기 위해선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과도기에 있는 현재 전기차 보급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수요조사의 문제 점으로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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