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판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미래 신성장 금융상품을 창조해야 하며, 가계와 기업을 구분하지 말고, 양쪽의 시너지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을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최근 서울의 한 밥퍼나눔공동체행사에 참석, 결식자들에게 밥을 퍼주고 있다.

김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강조하고, 업권의 경계를 뛰어넘는 금융서비스를 만들어갈 것을 당부했다.그는 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은 이미 업종구분이 없어졌으며, 하나의 경쟁상대는 다른 금융사외에도 다른 업종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즉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민과 검토를 통해서 방향이 정해졌다면 주저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정태회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갑오(甲午)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은 푸른 말 즉, 청마(靑馬)의 해입니다. 성공이 말 달리듯 온다라는 뜻인 '마도성공(馬到成功)'이라는 옛말처럼 올 한해 청마의 건강하고 힘찬 기운이 하나가족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2013년 하나금융그룹은 새로운 도약, 버전 3.01을 위한 기반을 다졌습니다. 외환은행이 완전하게 그룹의 한 가족이 됐고, 교포은행 중 유일하게 미국 연방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BNB은행이 역시 하나금융의 일원이 되어 그룹의 글로벌 영업기반을 확대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발판으로 하나금융그룹이 아시안 뱅커(Asian Banker)지로부터 '한국 최우량 금융기관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 그룹의 가치와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금융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계속 커지고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이후 조성된 저성장 저마진의 국면은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2014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기업 80%의 경영기조가 긴축 내지는 현상 유지입니다. 말 그대로 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금융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셜미디어와 IT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행동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시장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음반시장, 서적시장 등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것처럼 금융업도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할 것입니다. '뱅크 3.0'에서는 고객과 금융기관의 상호작용 중 모바일을 통한 접촉은 월 20~30회에 이를 것이지만, 영업점을 통한 거래는 월이 아닌 연간 2~3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혁신을 도입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잠시 우리를 돌아봅시다. 하나금융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뱅킹을 시작하는 등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며 대외적으로도 성과와 위상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조직 구성과 마케팅 방식, 보다 중요한 생각은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 합니다. 금융의 흐름, 그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갈 길을 서둘러야 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내다보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면'이 바뀌는 이 시점이 새로운 기회입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판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현재와 달라질 수 없습니다. 스마트금융, 모바일 신용카드 등에서 우리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그룹의 모든 업종에서 그런 변화를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둘째, 영업방식 또한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을 '가계'와 '기업'으로 분리했던 것은 앞으로의 금융환경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객은 '가계'와 '기업'을 통해 서로 연결돼있습니다. 양 쪽의 시너지와 빅데이타를 활용한 행동분석 등을 통해 고객 확대에 주력해야 합니다.

셋째, 업권의 경계를 뛰어넘는 금융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은 이미 업종 구분이 없습니다. 다른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회사가 경쟁 상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룹의 글로벌 마케팅도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미 하나금융은 국내 최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너지와 성과를 최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향후 글로벌 사업비중을 국내와 버금갈 정도로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흔히 '성과'를 '역량'과 '실행'의 곱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아무리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나더라도 실행이 없다면 성과는 0(zero)가 됩니다. 저성장 저마진의 뉴노멀 시대에서 금융회사들은 외형이 아니라 수익, 리스크 관리, 고객 등 본질적인 성과로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3.0 시대를 시작하는 우리도 내실을 키우는 유기적인 성장에 집중할 때 입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행의 힘입니다.

여기에 저는 '즉시'라는 단어를 더 하고 싶습니다. 고민과 검토를 통해서 방향이 정해졌다면 주저없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자들의 생활습관을 연구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공한 백만장자들은 질문지에 회신하는 속도 자체가 빨랐다고 합니다.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습관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겁니다. '나중에 해야지', '언젠가 하겠지'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실천하기 가장 좋은 날은 '오늘'이고,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누군가 물어올 때 저는 연극에 곧잘 비유를 합니다. 우리 삶도 배우가 배역을 수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힘을 쏟는 열정의 연기가 연극을 빛나게 하듯,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에서 최고의 노력을 다할 때 진정한 보람과 성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해 아침, 우리에게 주어진 배역이 무엇인지 그리고 열정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실행의 힘은 바로 그런 마음가짐에서 시작됩니다.

자랑스러운 하나금융 가족 여러분. 작년 우리는 함께 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하나금융의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 만든 비전이라는 점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럽습니다. 곧 있을 '출발 2014 행사'를 통해 2만3000여 명 하나금융 가족 모두와 그 내용을 함께 하겠습니다.

'등고망원(登高望遠)', 높이 올라서 멀리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또 시대 흐름에 맞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올해 우리의 가야할 길을 잘 요약해주는 화두입니다. 하나금융의 미래를 항상 가슴에 담고, 시대 변화에 맞게 우리를 바꾸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조금 더 멀리 바라봅시다. 그리고 변화에 맞춰 함께 나아갑시다.

120년 전 '갑오경장'이 있었습니다. 조선의 체제 변화를 위해 시도한 혁신이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국력이 쇠약해진 역사의 교훈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에게 올해 갑오년은 다를 것입니다. 우리는 등고망원과 여시구진의 정신으로 반드시 성공하는 한 해로 만들 것입니다. 역사는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를 연 '성공의 갑오경장'으로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