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의결 보류지역 4곳, 당규 위배라고 생각해 표결 거부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당 정체성' 논란으로 공천 여부가 이날까지도 결정되지 않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3선) 지역에 대해 '무(無)공천'으로 할 것을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공직선거법상 내일(24일)부터 20대 총선 후보 등록일이며, 당적 변경을 통한 출마 시한이 이날 자정까지이므로 공천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한 유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명분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비박(非박근혜)계로서 그동안 유 의원의 경선 참여, 나아가 공천권 부여까지 주장해온 김 대표가 같은 계파의 유 의원의 구제를 위해 공천 개입을 노골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천) 미정지역인 대구 동구을은 오늘 오후 7시에 있을 공관위 회의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옳다"고 공관위를 압박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 이 사항을 밝히는 것은 오늘 12시(자정)까지 꼭 출마하려면 탈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조치 이전 유 의원과의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은 오늘 오후 7시 있을 공관위 회의에서 합당한 결정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는게 옳다"고 공관위를 압박했다./사진=미디어펜

 
김 대표는 '공관위가 대구 동구을 예비후보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단수추천하면 거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말을 반복하며 "여러가지 의미가 다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또 김 대표는 "경선을 꼭 했어야 하는 지역구가 161곳이고 실시한 지역이 141곳으로 경선지역 비율이 87.5%가 됐다"며 "이것을 100%다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고, 수백번 국민들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신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던 상향식 공천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공관위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밖에 김 대표는 "아침에 있었던 최고위에서 (공천을) 결정하지 못한 곳이 4곳 있어 오늘 오후 9시 최고위에서 계속 논의하겠다"면서 "그러나 당규를 위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결요구가 있었지만 제가 표결하지 않고 계속 논의하기로 해서 (아침 최고위가) 정회됐다"고 다른 최고위원들과의 의견차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언급한 4개 문제의 공천 지역(후보자)은 서울 은평구을(유재길), 서울 송파구을(유영하), 대구 동구갑(정종섭), 대구 달성군(추경호) 등이다.

은평을은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이 컷오프된 지역, 송파을은 여론조사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친(親)박계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전략공천된 지역이다.

대구 동갑은 '유승민계' 류성걸 의원이 컷오프되고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이, 달성군은 현역 이종진 의원의 불출마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경선없이 공천을 받은 지역이다. 정 전 장관과 추 전 실장은 친(親)박계로 분류된다.

한편 이밖에 경기 화성병 지역이 최고위의 재의 요구로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이 우호태 전 시장과의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한 뒤 공천을 확정받은 우 전 시장의 과거 범죄 전력을 문제 삼으며 재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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