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이 2일 오전 10시30분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지난해 12월 지병으로 여의도 성모병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날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타계했다.
 
전남 광주에 태어난 고인은 광주일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69년 옛 조흥은행에 입행,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7년 동원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옛 주택은행 은행장으로 발탁됐다. 주택은행장으로서 국민은행과의 통합을 매끄럽게 이끌었고, 2001년 통합 국민은행의 초대 행장에 취임했다.
 
고인은 1998년 10월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월급은 1원만 받는 대신 경영성과에 따라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을 받겠다"고 선언, 화제를 모았다.
 
그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160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세금을 제외한 순수익은 110억원 가량이었는데, 이중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사회 환원 의사를 표시하면서 "IMF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다는 사실은 금융인 모두에게 수치였다. 약해질 지 모르는 의지를 스스로 동여매고자 급여 대신 스톡옵션을 받아 배수의 진을 쳤다"고 말했다.
 
이어 "스톡옵션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자주 취급되면서 더 이상 개인적인 사안으로만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사회 환원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된 이웃에게 조그만 힘이 돼 드릴 수 있는 것만큼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한 직후 투명경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으며, 이는 주택은행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한 몫을 했다. 이에 따라 그는 '최고경영자(CEO) 주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고인은 2004년 금융권을 떠난 후에도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펼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김 전 행장은 증권맨에서 시중은행장으로 거듭난 입지전적 인물"이라면서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 난 장사꾼이자 'CEO 주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라고 회고했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은 부의금과 조화를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